한·중 중심 7개국 42인 독자적 작품 선보여
부평역사박물관서 8~26일 국제현대미술전
9월들어 인천 부평지역에서 의미있는 국제 전시회가 한편 펼쳐진다. 생명과 평화를 내건 국제현대미술전 '피스 프로젝트(Peace Project) 2009'다. 전시 주제가 결코 녹록치 않다. '미군부대'로 대별되는 6·25전쟁의 상흔이 여전히 남아 있는 인천 부평과 남경학살의 지울수 없는 상처를 안고 있는 중국 남경 두곳이 전시의 중심이다. 지난해에는 한국작가들이 남경으로 날아가 그 지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 '사방당대미술관'에서 자리를 폈다. 올해는 인천에서다. 한국과 중국작가를 중심으로 7개국 42인이 평화를 풀어낸다. 9월8일부터 26일까지 19일동안 부평구역사박물관을 채운다.


#. 중국 남경 사방당대미술관서 출발
거대담론적인 'Peace Project'의 시작은 의식 있는 몇몇 작가들에 의해서였다. 비무장지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민통선예술제'를 통해 교류해 온 한·중 작가들이 그들이다. 당위성에 공감한다. 교류전을 공론화하자는 데 뜻을 모은다. 선두에 선 이가 시각 이미지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인천의 박황재형 작가다.

"Peace Project는 '생명'이라는 낱말에 자기성찰의 힘을 불어넣고 '자유'의 의미를 진지하게 살펴봄으로써 '평화'의 메시지를 창출하려는 목적으로 기획됐습니다. 작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국가적인, 관 차원에서 펼쳐야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부평지역에 뿌리를 둔 작가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부평이라는 장소성에 주목했다. 미군부대가 여전히 주민 생활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고 일제 식민통치의 잔재가 현존하고 있는 지역이다. Peace Project가 진행되어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고 판단했다.

부평구가 작가들의 제안을 흔쾌히 받았다. 부평문화재단과 부평구역사박물관을 중심으로 조직위원회를 구성, 남경 사방당대미술관과 교류전 협약식을 맺었다.

그 결과물로 사방당대미술관에서 'Peace Project 2008' 자리를 편다. 지난해 5월 일이다. 인천작가를 중심으로 한국 작가 20여명이 그곳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환대를 받았습니다. 당시 남경현대미술관을 건축중이었는데 완공되면 한국 작가 작품을 구입, 기획전을 열고 싶다고 공식 제의를 해왔습니다. 더불어 2009년에는 미술관 차원에서 최고의 작가를 선정, 인천전에 참가토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인천 부평서 두번째 전시
"Peace라는 단어가 다소 진부한 느낌이 있지만 이는 언어적 편견입니다. 평화를 꿈꾸는 것이야말로 생명에 대한 존중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전시는 생명존중 프로젝트입니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넘어 가치있는 생명으로 존재할 수 있는, 문화적인 생명을 고민해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 총괄기획을 맡은 박황재형 작가의 기획의 변이다.

이번 전시 주제를 '생태, 인류, 예술의 평화'로 잡았다.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평화를 고민하는 자리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조직위원회를 확대했다. 민·관이 함께하는 공식기구 개념으로 갔다. 박윤배 부평구청장이 조직위원회 위원장으로, 부평구문화재단 상임이사와 부평예술인회 회장 등이 위원으로 함께했다. 운영위원회는 미술인들 몫이다. 장명규 작가가 위원장을 맡았다.

한·중이 중심에 있지만 글로벌을 표방한다. 7개국 42인이 참여했다. 명실상부한 국제전이다. 남경사방당대미술관측에선 약속대로 최고의 작가 8인을 보냈다. 조선족 작가 3인까지 모두 11인이 참가했다. 더불어 미국, 영국, 캐나다, 이란,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들이 온다.

"30대~40대 작가들입니다. 느낌이 재기발랄해요. 작품 경향이 천차만별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오늘날의 감성과 시대정신을 반영한 프로작가들이 모였다는 점에서 의미있습니다." 기획자가 자랑을 더한다.

한국작가는 22명이 모인다. 부평지역에선 신종택, 전운영, 안성용, 이강화, 김진안, 김반하, 차경진, 이연옥, 그리고 박황재형 작가다. 인천 작가로는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장명규를 비롯, 배진호, 박용권, 양용, 바람, 이상택 작가가 참여했다. 장르는 영상, 설치미술, 조각, 회화, 사진을 망라한다.

"평화를 지향하는 예술가들이 자기나름의 방식으로 생명체의 독자적 가치를 인정하는 생명중심적 사유를 내보입니다."

#. 해마다 한·중을 잇는 전시로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격년제로 여는 국제현대미술전에서 출발했다. 두해를 치르면서 욕심이 생겼다. 해마다 한국과 중국에서 연이어 여는 프로젝트로 기대를 걸어본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전시주체인 작가들과 지원자인 부평구 모두 적극적인 모습이었습니다. 프로젝트의 당위성에 대해선 적극 공감한 상태이지요. 예산 지원이 가능하다면 해마다 부평과 남경에서 자리를 폈으면 합니다." 기획자가 바람을 던진다.

전시 공간도 가능성이 확장됐다. "역사박물관에서 현대미술전을 펴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합니다. 내년 부평에 아트센터가 완공되면 그곳에서 국제행사를 여는 기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문제는 많은 이들이 전시장에 와서 작품을 만나는 일이다. "생태, 인류, 예술의 지속가능한 평화메시지 창출을 위한 예술의 역할을 보여주는 작품을 직접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초대 말을 다시 한번 전하는 기획자다.

/김경수기자 kk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