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땅 고구려의 수도가 있었던 환인과 집안 주변에는 다섯 선녀의 전설에 따른 지명이 흔하다. 하늘의 다섯 선녀가 경치 좋은 곳을 찾아 내려와 머무느라 다섯 봉우리가 되었다는 내용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다. 이름하여 환인의 오녀산성 집안의 오녀봉 등이다. 오녀산성은 고주몽이 처음 도읍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산성이요, 오녀봉은 고구려의 적석총 석재를 캐내던 채석장의 산이름이다. 집안 지방정부 청사곁의 작은 동포식당도 오녀봉식당이란 간판을 걸고 있다.

 고구려의 첫 도읍지 환인은 중국의 요령성 동북부의 훈강으로 조성된 분지에 자리한 작은 지방도시이다. 신기하게도 우리 건국신화에 나오는 단군의 할아버지 환인(桓因)과 같은 이름이다. 한자로 因과 仁이 다르지만 이 일대가 우리 고대사의 근거지임을 입증한다고 할만하다. 환인은 원래 우리말 『하눌님』의 와음이라고 한다.

 또한 환인시가를 관통하여 압록강으로 흘러드는 중국측의 지류 훈강은 고구려 건국설화에 나오는 엄리대수이다. 바로 시조 주몽이 북부여를 탈출할 때 길이 막혀 하늘에 빌었던 곳이다. 『나는 천제의 아들이며 하백의 손자다. 뒤쫓는 자들이 따라오고 있으니 어찌하면 좋겠는가』 하자 물고기와 자라가 떠올라 다리를 놓아주었다고 한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런가하면 광개토대왕비에는 『추모왕이 비류곡의 홀본 서쪽 산위에 성을 쌓고 도읍했다』고 적고 있는데 역사가들은 그곳이 바로 오녀산성이라고 비정한다. 환인시가에서 동북으로 7㎞-멀리 웅자가 시야에 들어오는 곳이다. 해발 820m의 산정상 깎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에 성을 쌓아 한눈에도 난공불락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곳에는 외국인 특히 한국인의 입산이 금지되어 있다. 성의 보존을 위해서라고 하나 유독 우리에게 민감함을 보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 멀리서 바라다만 볼 수 있을뿐이다.

 그런데 환인현 지방정부가 금년부터 한국인에게도 입산을 허용키로 했다고 한다. 무슨 까닭일까. 하긴 우리를 거절한다면 누구에게 보이겠다는 것인지 말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