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대서양 쪽에 있는 프랑스의 대표적 항구 라·로셸(La Rochele)은 중세 때부터 번영했던 항구도시다. 산업원료나 벌크화물은 외항에서 처리하고 내항에는 여객선과 요트들만 정박해 있었다. 방파제를 따라 중세도시 라·로셸을 바라보며 산책하다가 우리 고장 인천항의 모습이 떠올랐다.

철책과 함께 아직도 원목, 철강, 사료 등 원료화물을 취급하면서 시민들과 단절된 인천 내항 같은 모습은 세계 어느 항구도시를 가도 찾아보기 힘들다. 유럽은 물론 일본의 크고 작은 항구들은 내항을 시민생활과 함께하는 친수공간으로 만들고 시민생활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척도로 삼는다. 지방선거에서도 항구 주변 활용이 후보자들의 경쟁력을 가름하는 척도가 된다.

그동안 인천 내항에 관한 지역사회의 논의는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금기시 되어왔다. 그러나 인천 시민사회가 금기시 돼 왔던 항구문제를 현명하게 풀어나가기 위해 조심스런 논의를 시작한 것은 때늦은 감은 있으나 항구도시 인천의 미래를 위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최근에도 '육지에서 배 젓는 인천시 항만 정책'(박상문·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 '아름다운 해양도시를 꿈꾸며'(변병설·인하대 교수), '세계의 길목 인천항'(김철홍·인천 중구의회 의원), '월미도의 부활을 꿈꾸며'(손장원·재능대 교수) 같은 인천사랑의 정과 전문가적인 견해가 담긴 글을 읽으면서 모처럼 인천 내항의 밝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인천을 세계의 명품도시로 만들고 살고 싶은 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는 내항문제가 최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만 한다. 원료, 화물 대신 사람들이 오가고 철책 대신 시민들이 즐기고 산책할 수 있는 항구로 만드는 것은 21세기 인천에서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믿는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