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세계에서 두번째 가는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일본의 대표적 상징은 혼슈(本洲)와 시코쿠(四國)를 교량으로 연결하는 세토대교일 것이다. 고품격 여행클럽 상미회의 나오시마(直島) 순방 길에 세토대교를 횡단하면서 일본의 경제력과 기술력은 물론 미래를 예측하는 장기 계획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토대교는 5개의 섬 사이를 6개의 교량으로 연결하여 현수교와 사장교 방식을 함께 이용 13.1㎞의 다리로 연결한 일본 최대의 토목공사 작품이다. 1998년 4월10일에 개통될 당시 총공사액이 1조1천338억엔이 투입되었다니까 우리 돈으로 20조원 가량이 소요된 셈이다.

일본 열도를 터널과 교량으로 모두 연결하고 고속열차(신칸센)를 통해 일일생활권으로 통합한다는 '일본열도 개조론'의 일환으로 건립된 세토대교는 자동차용 도로와 철도가 함께 통행하는 다리로서는 세계 최장의 교량으로 꼽힌다.

교량 상단에는 4차선의 차도가 있고 하부에는 철도가 놓여있어 현재는 재래선 열차용 2차선 만이 이용되고 있으나 앞으로 시코쿠 지방에 초고속 열차 신칸센이 건설된다면 언제라도 고속철도를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토목 공사에서 수십 년 앞을 내다보고 계획하고 집행하는 슬기로움이 부러움과 함께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세토대교에 비하면 착공도 20여년 후에 시작된 인천공항과 송도신도시를 연결하는 인천대교는 곧 완공될 예정이지만 자동차용으로만 설계되어 있다. 완공과 동시에 인천의 명물이자 우리나라의 위상을 상징하게 될 인천대교를 바라보면서 세토대교가 자주 떠오르는 것은 미래지향적 장기 계획이 없는 우리의 현실 때문이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