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1951년 프랑스로 건너가 미술공부를 시작한 어머님(故 李聖子 화백)은 도불 10여년만에 당시 프랑스 최고의 샤르팡티에 화랑에서 개인전을 통해서 화려하게 주목받는 작가로 태어났다. 전시회 수입으로 1964년 투레트에 마련한 별장 겸 화실은 작가에게는 제2의 고향이자 창작의 산실이기도 했다.

지중해의 푸른바다 니스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투레트는 예술가들이 모여있는 방스와 이웃하고 있고 향수(香水)의 수도라는 그라스와 인접한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곳이다. 당신의 고향 진주(晋州)를 연상할 수 있다고 좋아하시던 투레트에서 일년의 절반 이상을 지내시면서 정원을 가꾸고 창작에 몰두하시던 어머님을 40여년간 자주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자식으로서 큰 행복이었다.

투레트에 어머님은 1997년도에 자신이 설계한 새로운 화실을 세우고 '은하수'로 명명했다. 음과 양을 연상시키는 두개의 건물사이로 개울물이 흐르게 만들어진 아틀리에는 그 자체가 예술창작품이었고 프랑스 정부는 이 화실을 문화재로 지정할 뜻을 밝히고 있다. 만 45년 동안 온갖 정성을 기울여 이룩한 아틀리에가 프랑스의 문화재로 지정된다면 한국 화가의 예술성과 창작혼이 국가적으로 인정받게 되는 셈이다.

3월9일 영면하신 어머님의 유지에 따라 아우들과 함께 투레트의 화실 은하수를 '이성자기념관'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작가의 시대별 대표작을 전시하고 관련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일주기가 되는 내년도 개관을 목표로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예정이다.

이제 조부님(愼順晟)과 선친(愼兌範 박사)의 얼이 살아있는 인천을 지키고 어머님의 유지에 따라 투레트의 기념관을 준비해야하는 운명을 힘들지만 기쁘게 받아들이면서 정중한 조의를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