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가 자리잡고 있는 로잔느의 또 다른 명소는 올림픽 박물관이다. 멀리 알프스의 만년설이 바라다보이는 레만 호수 언덕에 위치한 올림픽 박물관은 20여년 동안 IOC위원장으로 올림픽 재건에 앞장섰던 후안·안토니오·사마란치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역작이기도 하다.

근 1세기 동안 IOC 본부가 자리잡고 있던 샤토·비디 옆에 새로운 본부 건물을 신축한 그는 이어서 올림픽 박물관 건립을 구체화시키기 시작한다. 사마란치 위원장은 우선 박물관이 들어설 대지를 마련하기 위해 로잔느 시당국은 물론 스위스 연방 정부와 끈질긴 협상을 진행해 나간다.

로잔느에서 마땅한 장소를 구할 수 없으면 다른 곳으로 올림픽 박물관이 갈 수밖에 없다는 배수진을 치면서 결국 로잔느의 명당 자리에 1만1천여 평의 대지를 제공받는데 성공한다. IOC 본부가 있는 로잔느 시는 올림픽 박물관을 다른 도시에 양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박물관 건립에 정열을 쏟고 있던 90년대 초에 서울과 로잔느에서 몇차례 사마란치 위원장을 만날 기회가 있었고 그때마다 올림픽 박물관이 화제가 되었던 기억이 새롭다. 88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그의 고향 바르셀로나에서 92년 올림픽을 준비하면서도 치밀하고 끈질긴 집념으로 오늘의 올림픽 박물관을 만들어냈다.
1억 달러의 건축비 중 85%를 기부금으로 충당할 정도로 사마란치는 모금 운동에도 앞장섰다. 올림픽 박물관을 관람하면 근대올림픽 운동에 88서울올림픽이 기여한 역사적 사실을 각종 전시물과 기록을 통해서 실감하게 된다. 지금은 IOC 종신 명예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사마란치 위원장이 평소 한국을 좋아하고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