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우체통의 색깔은 나라마다 다르다. 근대 우편제도를 로랜드·힐경에 의해서 세계 최초로 정착시킨 영국의 우체통은 빨간 색깔이다. 우표를 처음 고안하여 최초로 사용하기 시작한 영국우체통에는 아직도 왕립 우편(Royal Mail)이라는 표지가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우체통은 노란색 계통이고 미국은 파란 색깔이다. 메이지(明治) 유신 직후 서양 근대문물과 제도를 적극 도입한 일본의 우체통은 빨간 색깔이다. 영국의 우편제도를 모방한 일본의 경우, 우체통 색깔도 영국을 본딴 듯하다.

홍영식(洪英植)에 의해 1884년 근대 우편제도가 시작된 우리나라의 경우 초기에는 나무로 만든 우체통들이 서울과 인천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있다. 그러나 1905년 일제가 우편 업무를 강제로 접수한 후 우리나라의 주요 도시에는 일본식 빨간 우체통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백여 년 동안 우리는 일제의 잔재인 빨간색 우체통을 계속 사용해 왔다. 70년대부터 일본식 원주형 우체통 대신 미국식 사각형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색상은 계속 붉은 색을 써왔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우체통의 모양은 미국식을 닮았고 색상은 영국-일본의 색깔인 셈이다.

빠르고 편리한 통신수단으로 팩스에 이어 이메일이 보급되면서 수백년 동안 통신수단의 총아였던 우편(편지) 이용이 급감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종이에 펜으로 쓰는 편지를 전자통신이 대신하고 있는 21세기에 우체통도 점점 우리 주위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6년 동안 전국의 우체통의 34%에 달하는 1만2251개를 철거했다고 한다. 팩스나 이메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편지쓰기를 장려하기 위해서라도 우체통을 더 이상 철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