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2008년 11월 4일에 실시된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한편의 대하 드라마였다. 이번 선거는 오바마 후보와 미국 유권자들이 함께 협연했던 영웅 교향곡이기도 했다. 이번 선거는 또한 테러와의 전쟁과 세계화의 구호가 세계 평화와 지구촌의 번영을 담보할 수 없다는 미국민들 스스로가 자각한 계기가 되었다.

사실 오바마 당선자가 일리노이주의 초선 상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던 4년 전에 그가 대통령이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타고난 두뇌와 외할머니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명문 하버드 법대를 나왔지만 오바마의 인생 길은 장밋 빛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카고의 빈민가에서 사회 봉사 활동을 기반으로 일리노이주 의회에 진출하고 다시 연방 상원의원에 선출되기까지 오바마는 소외 계층과 함께 하면서 항상 공익을 우선하는 가치관을 확립해 나갔다.

선거 전의 막바지에 터진 미국의 금융 공황이 결과적으로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3차례에 걸친 매케인과의 TV 토론에서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답변하는 확신에 찬 자세는 수많은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이제 오바마 당선자는 역대 미국의 어느 대통령보다도 복잡하고 심각한 나라 안팍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냉전 종식 후 유일한 초강대국이 된 미국이 지녀야 할 보편적 가치관과 우방과의 관계 개선 그리고 경제 대국으로써 인류의 번영을 함께 모색해야 할 책임 또한 무겁다.

제 아무리 다인종 국가라고 하지만 흑인을 대통령으로 뽑은 미국인들을 148년 전 흑인 해방을 외치며 대통령이 되었던 아브라함 링컨도 놀라워하면서도 기뻐하고 있을 것만 같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