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조선일보사의 파리특파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70년대 초라고 기억된다. 문화성에서 외국 특파원들에게 기자회견이 있다는 연락이 왔다. 프랑스정부가 신축계획 중인 현대미술관 설계 국제콩쿠르의 결과가 발표되는 회견이었다. 회견장에 나가보니 당시 알랭·듀아멜 문화장관을 위시하여 문화계의 유명한 사람들이 모두 자리하고 있었다.

완공 후에 퐁피두 미술관으로 이름 붙여진 프랑스 현대미술관 설계공모에서 당선작으로 뽑힌 것은 이탈리아 건축가 피아노씨의 작품이었다. 기자회견장에 앉아있던 한국특파원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하나의 '사건' 이자 '충격'이었다. 예술과 미술의 나라 프랑스의 대표적 미술관을 프랑스 건축가가 아닌 이탈리아 사람이 맡게 된 것에 놀랍기만 했던 기억이 새롭다. 프랑스는 그 후에도 파리 신도시 라데팡스의 핵심적 설계를 덴마크 건축가 스프레크렐슨에게 맡겼고, 루브르박물관의 피라미드형 입구 설계는 중국계 미국 건축가 페이씨의 설계를 최종 채택했다.

파리가 세계 문화·예술의 중심이 된 것은 국경을 허물고 세계적으로 재능있는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작품을 받아들였고 현재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국경개념을 없애고 세계화를 실천하지 않으면 국제화도 힘들고 세계적인 도시가 될 수도 없다. 폐쇄적이기로 유명한 한국의 건축계이지만 외국건축가들도 차츰 우리나라에 진출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삼성의 리움미술관, 이화여대의 지하캠퍼스, 을지로 입구의 SK텔레콤 건물들이 외국 건축가들의 작품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 고장 인천도 말로만 국제도시를 외친다고 세계적인 도시가 될 수는 없다. 대표적인 프로젝트와 건물들을 '공정한' 국제응모를 통해서 집행할 때 인천은 국제도시로 자연스럽게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