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일본의 나가사키(長崎)시는 우리 고장 인천과 유사한 점이 많은 항구 도시다. 도쿠가와(德川) 막부 시절부터 국제 무역항으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하면서 많은 외국 상인들이 거주하는 국제도시였다. 2차 대전 말기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비극의 도시였고 인천 역시 한국 전쟁을 역전시킨 상륙 작전으로 많은 피해를 본 도시라는 점도 유사하다.

90년대 초라고 기억된다. 선친(愼兌範 박사)을 모시고 새얼재단의 지용택(池龍澤) 이사장과 함께 나가사키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일본 사정에 밝으시고 세계 여러 나라의 식문화(食文化)에도 일가견이 있으셨던 선친께서는 나가사키에 가면 꼭 찾아가야 할 곳이 있다고 하셨다. 오래된 음식점인데 일본식 계란찜(茶碗무시)과 중국식 일본 요리상이 일품인 전통 식당이라는 말씀이셨다.

두 분을 모시고 찾아간 곳은 나가사키시 하마마치(濱町)에 있는 욧소(吉宗)라는 고색창연한 일본 음식점이었다. 1866년에 개업한 吉宗은 일본식 2층 건물에 1백여명이 식사할 수 있는 규모였는데 그날 맛본 계란 찜과 중국식 삼겹살 찜은 두고 두고 기억에 남았다.

지난달 평소 품격있는 여행을 하자는 취지로 모인 상미회(尙美會)분들과 함께 나가사키를 찾았다. 吉宗에서 일행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기로 결정하고 예약까지 끝냈다. 그날 나가사키에서 吉宗을 찾아가 큰사발에 나오는 계란찜과 스시와 삼겹살찜으로 점심을 들면서 음식점의 분위기와 음식의 맛이 20여년 전과 변함이 없는 것에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130여년 된 오래된 식당에서 함께 간 일행들도 모두 만족해하는 것을 보면서 그날따라 폭넓게 살다 떠나신 선친의 인자한 모습이 여러차례 떠올랐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