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일본 큐슈(九州) 사가(佐賀)현에 위치한 아리타(有田)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도자기마을이다. 마을 전체가 도자기 회사, 상점, 전시관 등 도자기와 관련된 것으로만 가득하고 주민들 대부분이 도자기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특수한 곳이다. 이곳에서 나오는 명품 도자기 아리타야키(有田燒)는 대대로 일본왕실에서 다기(茶器)와 식기로 썼으며 나가사키를 거쳐 유럽 각국에 대량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당시 아리타야키를 유럽으로 수출하던 상인들은 주로 네덜란드사람이었기 때문에 암스테르담이 최종 선적지였다.
바로 이 아리타야키의 시조는 임진왜란 때 충청남도 공주에서 납치되어 간 이삼평(李參平)이라는 도공이었다. 도자기 원료가 되는 고령토를 큐슈 일대에서 찾아 헤메던 이삼평 도공이 아리타에서 원료를 찾아낸 것이 오늘을 있게 만든 것이다. 지금도 일본에는 이삼평 시조의 13대 손이 살고 있는데 90년대 중반에 고국을 처음 찾아 공주에 세워진 조상의 비석 앞에서 고국에 대한 400년 한을 풀기도 했다.
납치된 도공들은 일본 영주들로부터 선진기술을 지닌 사람들로 좋은 대접을 받고 지냈으나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망각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리타에서는 이삼평 도공을 그들의 도자기 조상(陶祖)으로 모시고 신사를 세우고 한복 차림의 조각상까지 만들어 놓고 추모하고 있다.
지난달 아리타에 갔을 때 16쪽짜리 한글판 관광 안내책자를 보고 한국 관광객 유치에도 열심인 아리타 관광과의 배려와 세심함에 놀랐다. 그러나 아무리 책자를 꼼꼼이 들쳐보아도 그들이 모시고 있는 도조 이삼평에 관한 설명이나 안내는 없었다. 한국인 유치를 한다면서 아리타를 있게 한 장본인이 이삼평이라는 것을 숨기고 싶어서인가. 궁금하면서도 답답한 심경이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