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일본 나오시마(直島)에 자리잡고 있는 지중(地中) 미술관은 후쿠다케씨와 안도씨의 합작품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핵심이 되는 건물이다.

무명의 권투선수에서 세계적인 건축가가 된 안도 타다오(安藤忠雄)씨가 오카야마(岡山)에 본사를 둔 베네세 출판그룹의 후쿠다케(福武) 회장의 부탁을 받고 의기투합하여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지중 미술관이다. 3천여평에 달하는 3층 짜리 미술관 건물을 모두 지하로 처리한 건축가 안도씨는 철근과 콘크리트만을 사용하여 단순하면서도 특이하고 인상적인 미술관 건물을 창조해냈다.

지중 미술관에는 현대미술의 대가들로 꼽히는 월터·드·마리아, 제임스·튜렐의 작품들도 볼 수 있지만 관람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프랑스 인상파화가의 대부격인 클로드·모네의 수련(睡蓮)작품 4점이다. 모네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전시실에 들어서면 우선 1천호에 가까운 모네의 대작에 압도당하지만, 자세히 주변을 살펴보면 조명기구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천장에 설치된 유리창을 통해서 간접으로 투영되는 태양광선으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안도씨는 자연을 사랑하고 태양광선의 미묘한 변화를 화폭에 담는데 일생을 바쳤던 1세기 전의 화가 모네를 위해서 자연채광의 전시실을 설계한 것이다.

따라서 아침과 저녁 또는 맑은 날이나 흐린 날에 따라서 모네의 작품에 투영되는 태양광선의 질과 광도(光度)는 다를 수밖에 없고 이같은 변화를 통해서 관람객들은 모네 작품의 미묘한 예술성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건축가의 예술성 보다는 공학적인 측면만 강조해왔다. 위대한 건축가의 예술가적 정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가를 현장에서 실감하면서 부러움이 앞섰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