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새벽 서울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불이 나 소방관 3명이 숨졌다.

   소방관들은 혹시라도 남아있을지 모르는 생존자를 구조하려고 불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무너지는 철근과 천장 더미에 깔려 변을 당했다.

   ◇ 20여분만에 `우르르' = 이날 오전 5시25분께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 위치한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건물 2층에서 불이 났다.

   이 건물의 주차 관리인인 고모(69) 씨는 "비상벨이 울려서 나갔더니 2층 나이트클럽에서 연기가 나서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소방차 30여대와 소방관 170여명이 출동했으며 이 중 먼저 도착한 조기현(45) 소방장과 김규재(41) 소방장, 변재우(34) 소방사 등은 건물 정문을 통해 화재 현장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5시41분께 3층에 매달려 있던 무대 조명과 내부 천장을 장식하려고 설치해 놓은 두께 15㎝의 철근 지지대가 무너져 내리면서 천장 일부도 함께 무너졌다.

   나이트클럽 2층 무대 오른쪽에서 화재를 진압하며 인명 피해를 확인하던 조 소방장과 김 소방장이 건물 더미에 깔렸고 이를 피해 무대 옆쪽에 있던 방으로 들어간 변 소방사도 결국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했다.

   이날 불은 3층 건물 중 2층과 3층, 1천여㎡를 태우고 1시간 30여분 만에 진화됐으며 나이트클럽은 이날 4시30분께 영업을 마친 상태여서 다른 인명 피해는 없었다.

   건물 더미에 깔린 소방관 3명은 모두 은평소방서 녹번119안전센터 소속으로 이날 오전 7시께 구조됐으나 모두 숨졌다.

   ◇ 부실시공.화인 조사 중 = 소방당국과 경찰은 불이 난 나이트클럽 관계자 등을 상대로 소방 법규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위반 사항은 발견하지 못했다.

   1992년 11월 지상 1층 지하 1층으로 준공된 사고 건물은 1999년 7월 현재의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증축됐다. 2∼3층은 나이트클럽 전용 공간으로, 지하실은 창고로 사용돼 왔다.

   증축 과정에서 철근콘크리트 재질의 지붕을 철거하고 우레탄폼이 내장된 패널 형태의 지붕을 올렸지만 불법은 아니라는 것이 소방 당국의 설명이다.

   이 건물은 2004년 6월 조경 훼손, 발코니 무단 설치 등을 이유로 소방서에 불법건축물로 적발됐다가 작년 5월 위반사항들을 뒤늦게 고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소방당국과 경찰은 화재가 발생한 지 불과 수십여 분 만에 건물 일부가 붕괴한 점으로 미뤄 부실 시공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21일 관계기관 합동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경찰은 화재 원인과 정확한 발화 장소 등을 조사중이다.

   ◇ 조문 잇따라 = 숨진 소방관들의 합동 분향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지하 2층에 마련됐으며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등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숨진 소방관들에게는 1계급 특진이 추서되며 영결식은 은평소방서장장으로 치러진뒤 대전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영결식은 22일 오전 9시 은평소방서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