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9경
감사의 마음을 되새기게 하는 보은의 가정의 달을 맞아 눈이 시리도록 화창한 봄 가족과 함께 하루를 따뜻함을 만끽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은 어디 없을까. 주말여행을 위해 인터넷에 접속해 이곳저곳을 검색해 보지만 마땅한 장소가 그리 흔하지 않다. 가볼 장소를 고르면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가벼운 마음과 간편한 준비로 찌든 일상(日常)을 털어내고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구경'할 만한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시흥시는 수도권, 서부권에 위치해 있으면서 바다와 접한 인천과 서울에서 가까운 적지 않은 역사적 유물들을 간직한 신흥 도시이다. 그 도시에 여러 볼거리가 존재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시와 시민들이 선정한 '시흥 9경(始興 九景)' 이른바, 아홉마리 시흥의 용(?)들이 승천을 앞두고 또아리를 틀고 있다.
 
 
붉은 낙조에 취해보고 - 오이도 낙조

 
첫 번째 용 한마리는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장엄한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오이도낙조(烏耳島落照)'가 그 일경(一景)이다. 오이도 앞의 넓은 바다에 땅거미가 드리우면서 하늘과 바다가 다같이 붉게 타오르는 정경은 가히 환상 그 자체다.
또 낙조만 보면 섭섭하다.
오이도에 국가사적 제 441호로 지정된 '오이도 패총'이 자리잡고 있다. 지금은 그 패총을 볼 수 없지만 현재 이곳을 민·관 합동으로 선사유적지로 개발하기 위해 관련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아쉬움은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웅장한 선사유적지가 들어설 것이다.
그 기대를 마음으로 하고 한 번 둘러보는 것도 괜찮치 않을까.

 
영산서 속세의 때 씻고 - 소래산 망주
 
그 다음으로 '소래산망주(蘇萊山望周)'가 두 번째 용인 제2경이다.
소래산은 해발고도 299m 규모의 높지는 않지만 시민들은 그 산을 '(시흥의) 영산'이라고 일컫고 있다.
그럴만도 한것이 소래산에는 국가보물 1324호로 지정된 '소래산마애상'이 자리잡고 있어 영산에 가면 인자한 부처님을 친견(?)할 수 있다.

 
염전의 추억 되새기고 - 염전 허사계
 
제2경 망주에서 내려와 다리도 쉴겸 평평한 평지를 찾은 곳이 바로 우리나라 소금생산의 3/1을 차지했던 곳으로 유명한 소래염전의 '염전허사계(鹽田墟四季)'가 세 번째 볼거리(제3경)이다.
시흥시 포동·방산동 일원에 널리 퍼져 있는 염전뜰은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곳으로 그 아름다움을 연중으로 관람할 수 있다.
봄이면 만물이 소생하는 녹음이 있고 여름에는 길게 페인 바다의 향으로 갯골이 열리고 가을에는 염생식물의 붉은 융단이 깔리고 겨울이면 고즈넉한 정취가 압권이 (염전의) 사계의 모습이다.

 
팔각정서 망망대해 감상 - 옥구정 망월
 
제4경 '옥구정망월(玉鉤停望月)'은 시흥이 작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유일한 장소다.
예전에 섬이었던 옥구도를 나라에서 바다를 메워 육지화 한 육섬으로 해발 95m 정상부에 팔각정을 세우고 바다를 없앤 역사적인 사실을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바다를 매립해 조성한 광활한 시화국가산업단지를 조망할 수 있고 뱃고동 소리를 내며 멀리 망망대해로 떠나는 선인(船人)들도 배웅할 수 있다.

 
저수지 야경에 콧노래 부르고 - 물왕 수주영

 
다섯째는 청동기 시대 먼 선조들의 삶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고인돌 또는 돌멘이라고 부르는 지석묘가 자리한 '물왕수주영(物旺垂周影)'이다.
물왕수주영은 시흥의 여섯개 저수지 가운데 가장 큰 흥부저수지를 이미지화 한 용어로 화려한 조명을 받은 저수지의 야경이 일품이다.

 
발낄따라 들녘 거닐고  - 호조추야수
 
제6경은 '호조추야수(戶曹秋野穗)'는 시흥의 미산동과 포동 일원의 넓은 들녘을 '호조벌'이라고 불리고 있는 곳으로 조선시대 효성이 지극했던 정조대왕이 능행차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간척사업을 벌여 만든 농경지다.
시흥의 곡창지대인 미산·은행·매화·하중·하상·물왕·광석·도창·포동 등의 농지가 이때 조성된 것으로 조세를 담당했던 당시 호조에서 갯벌을 매립했다 해서 호조들 혹은 호조방죽'이라고 일컬었다는 것이다.

 
연꽃과 사랑도 나눠보고 - 관곡지연향
 
제7경은 조선전기 명신이며 농학자로 유명한 강희맹(1424~1483) 선생이 명나라에서 연꽃씨를 몰래 들여와 최초로 재배를 성공시킨 '관곡지(官谷池)'가 위치한 '관곡지 연향(蓮香)'이다.
관곡지연향은 전통의 관곡지외에 시흥시가 하중동 일원 토지를 사들여 조성한 연 재배단지가 있으며 매년 7월이면 이곳에는 연꽃이 만발해 (연꽃) 관람을 위해 인근의 서울과 인천 등지에서 찾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느티나무 아래서 낮잠도 청하고 - 군자 봉선풍
 
제8경은 '군자봉선풍(君子峰仙風)'으로 시흥시 군자동에 위치한 해발 199m 규모의 높지않은 산(군자봉)을 가리킨다.
군자봉은 예로부터 무속신앙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영산으로 유명하다.
산정상에는 수백년된 느티나무가 딱 버티고 등산객들을 맞이하고 있으며 매년 음력 10월3일에 신(神) 맞이 행사인 군자성황제가 1천년동안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선의 기쁨 함께 누리네 - 월곶 귀향선
 
처음 일경은 오이도에서 지는 해를 보며 소원을 빌었다면 마지막 구경(九景)은 떠난 사람들이 만선의 기쁨을 가득 안고 들어오는 '월곶귀항선(月串歸港船)'을 바라보며 하루의 여행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가 있을듯 하다.

/시흥=김신섭기자 (블로그)s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