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행 - 시흥 갯골생태공원에 가다
서울 여의도공원 7.5배 … 생생한 자연교육장

소래염전 체험·조류관찰 등 즐길거리 풍성




봄의 전령인 어린 꽃봉오리들이 겨우내 움츠렸던 수목들 사이사이로 한껏 멋을 뽐내며 고개를 내밀고 있는 소생의 계절.
얼어있던 대지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4월의 봄은 말 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와 싱그런 하늘과 꽃 내음을 전달하고 있다. 시리도록 푸른 4월의 하늘을 만나면 우리네 군상들은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때로는 어린 자녀들의 성화에 못이겨 혹은 일상(日常)에 찌든 때를 털어낸다는 이유로 산으로 바다로 길을 떠난다.
굳이 원행(遠行)을 한다면 가야 하지만 가까운 수도권에도 꽤 괜찮은 곳이 많지 않을까.

시흥시는 바다를 접하고 있는 그리 크지 않은 중도시이다. 시화공단을 등에 이고 있는 산업도시이면서 면적의 80%가 넘는 녹색도시이기도 하다.
그런 도시 중앙에 경기도가 지정한 아름다운 '시흥갯골생태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면적이 자그마치 150만6천500㎡로 서울 여의도 공원(22만9천539㎡)보다 무려 7.5배가 넘는 규모다.
시흥갯골생태공원은 경기도 유일의 내만갯벌과 옛 천일 염전(소금만드는 곳)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곳으로 칠면초·나문재·모새달·퉁퉁마디 등 염생식물과 붉은발농게·방게·갯지렁이·망둥어·갯고동 등 수생동물들을 동시에 관찰이 가능하다.
어른은 동심으로 돌아가 옛 모습을 기억할 수 있고 어린 자녀들은 신기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는 자연의 산교육장이다.
이를 반영하듯 현재 이곳 갯골생태공원은 매일 유치부와 초등학생들 수백명이 찾고 있으며 시는 이들을 대상으로 생태공원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갯물체험학습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갯물학습교실 장윤진(42) 강사는 "어린이들은 염생식물을 채취해 맛을 보면서 짠맛을 느낀다든지 소금 생산과정을 관찰하는 등 몸으로 직접 부딪히는 체험을 신기해 한다"며 "학생들은 도시에서 볼 수 없는 갯벌의 향연에 흠뻑 젖는다"고 말했다.
갯골생태공원은 본래 소금을 생산하던 염전(소래염전) 지대로 일제시대인 1934~1936년에 조성됐으며 이곳에서 만들어진 천일소금은 일본으로 대부분 반출되었던 나라 잃은 우리 민족의 애환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소래염전은 인근의 남동염전(인천 남동구 소재)과 지금은 시화 신도시와 공업단지로 탈바꿈한 군자염전과 더불어 우리나라 소금 총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등 60여 년동안 포동과 방산동 등 (염전) 일대 주민들의 생활기반이자 삶의 터전이었으나 천일염 수입자유화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지난 1996년 7월경에 소금생산업이 문을 닫는 아픔을 겪었다.
특히 이곳 갯골생태공원은 기존 염전지대를 원형 그대로 유지한 갯벌과 함께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지형을 자랑하고 있다.
'갯골'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 생태공원은 긴 강처럼 특이한 '골'이 형성돼 눈길을 끌게 한다.
이른바 '뱀이 움직이는 형태'라 해서 '사행성(蛇行性)'이라고도 불리는 이 갯골은 내륙으로 깊게 들어온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내만갯골로 서해안과 똑같이 12시간25분 간격으로 바닷물이 들고나는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진다.
그래서인지 이곳 갯골생태공원에는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인 벼과 다년초인 '모새달'이 장관을 이루며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생태의 보고이기도 하다.
시흥환경운동연합 임병준 사무국장은 "갯골생태공원은 갯벌의 모든 생태현상을 살펴 볼 수 있는 천혜의 지형"이라며 "잘 보존하고 갯벌생태연구를 통해 후손들에게 넘겨줘야 할 귀중한 자연유산이다"고 말했다.
갯골생태공원은 그 규모가 넓은만큼 아직도 짜여진 계획에 의해 공원조성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미완의 공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전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존의 자연 생태계 그대로의 볼거리와 함께 시에서 조성한 시설물 활용 혹은 각종 프로그램에 의해 직접 참여도 가능한 체험의 즐길거리가 충분한 만큼 우려는 필요없다.
갯골생태공원에는 진흙놀이장과 모래체험장 등 어린 자녀들이 즐길 수 있는 ▲염전체험장(2만㎡)과 토(흙)판과 옹패판 등의 소금을 직접생산할 수 있는 ▲염전복원장(1만㎡) 등의 시설물이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외에 각종 조류관찰과 야외학습이 가능한 ▲바다정원(2만㎡)과 함께 보리와 밀을 가꿀 수 있는 유채원(1만5천㎡), 그리고 해송 등 12종 5만그루가 식재된 공원내 수목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보내기에 안성맞춤이 아닐까.
다만 아쉬운 점은 옛 염전의 상징이며 (염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던 30여 채의 '소금창고'는 토지 소유주가 어느날 갑자기 헐어버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현재 공원내에 개·보수한 2채의 염전으로 위안을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여정이 짧지만은 않은듯 갯골생태공원을 둘러보느라 허기가 느껴지고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면 (갯골생태공원과) 바로 이웃한 시흥월곶포구에 들러 신선한 '회' 한 접시에 '소주' 한 잔, 거기에 해물 칼국수까지 곁들이며 대미를 장식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글·시흥=김신섭기자 blog.itimes.co.kr/sskim /사진제공= 공원개발사 업소


◇가는 길 : 영동고속도로 월곶 나들목(IC)을 빠져나와 우회전해 시흥시내 도로인 동서로 시청방향으로 진입해 이정표을 참조하거나, 42호선인 수인산업도로나 제2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제2경인고속도로 신천 나들목(IC)을 빠져나와 방산로를 통과한 후 다시 동서로로 진입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