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년대 인기를 누렸던 팝그룹 `카펜터스' 일가가 살았던 주택이 재개발될 운명에 놓이자 팬들이 일제히 반발하며 보존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16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LA 인근 다우니의 뉴빌가(街)에 위치한 옛 카펜터스 일가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마누엘과 블랑카 멜렌데스 파라 부부는 과거 카펜터스가 사무실 겸 리허설 스튜디오, 여가용으로 사용하던 별채를 뜯어내고 2층짜리 주택으로 개조하는 작업에 착수한데 이어 본채를 리모델링하겠다며 시 당국에 허가서를 제출한 상태다.

   오빠인 리처드 카펜터와 여동생 카렌 카펜터가 정상을 달리던 1971년 부모를 위해 구입한 뒤 함께 살았던 이 집의 본채는 방 5개짜리의 단층 주택으로, 파라 부부는 이를 2층 구조로 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이다.

   건설된지 39년 째인 이 집은 특히 감미로운 목소리의 카렌이 거식증으로 1983년 돌연사한 데 이어 아버지 해럴드가 1988년, 어머니 아그네스가 1996년 각각 사망한 곳으로 약 26년간 카펜터 일가의 숨결이 녹아있는 곳이다.
1973년 발매된 앨범 `가끔(Now & Then)'의 표지에서 카펜터스는 이 집 앞에 리처드의 붉은색 페라리를 놓고 사진을 찍는 등 이 집을 찾아와 둘러보지 않더라도 늘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다. 리처드는 1997년 중반에 이 집을 매각했다.

   다우니시(市)는 리모델링 허가신청서가 접수됐고 아직 개조작업 허가는 떨어지지 않은 상태라고 확인해주고 있지만 현 상태대로 집을 보존하려는 팬들에게는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은게 아니다.

   카펜터스의 앨범을 제작한 A&M 레코드사에서 1981-1990년 일했던 존 콘조얀(57)씨를 비롯한 열성 팬들은 카펜터스의 삶이 담겨 있고 오래전부터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주택이 그대로 존재해야 이유들을 설명하며 리모델링 허가가 나와서는 안된다고 시 당국을 설득하고 있다.

   일부 팬은 이 집을 사들이거나 본채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 시 당국이 역사적 기념물로 선언토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에 살면서 지난해 이 지역 신문에 특별 기고문을 실었던 린다 티버트씨는 "시의회에 `지역의 명물에 자긍심을 갖고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켰었다"고 말했고 마이애미에 사는 제니버 번씨는 "이 집은 카펜터스가 처음 번 돈으로 부모를 위해 구입한 곳이며 베벌리힐스나 할리우드 대신 선택한 곳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리처드 카펜터는 현재 필리핀에서 현지 출신의 가수 클레어 데 라 푸엔테와 함께 음악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