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는 아직도 수수께끼다. 세종이 어느날 갑자기 독창적으로 만들었다고 하기도 하고 또 어떤 학자들은 우리 고유의 문자나 다른 나라 문자를 참조해 창제했다고 보기도 한다.

 다른 나라 문자를 개량해 만들었다고 보는 논리 중 특히 주목을 끌고 있는 것중 하나가 한글과 인도 구자라트 문자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견해다.

 현대 인도어의 뿌리인 산스크리트어를 표기하는 구자라트 문자는 간디의 고향인 구자라트주에서 사용되는 문자로 그가 쓴 일기가 바로 이것으로 작성됐다.

 그런데 이 문자는 여러가지 면에서 한글과 닮아있어 한글학자들 사이에서도 심심찮게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 언뜻 보아 이 문자 중 어떤 것은 ㄱ, ㄴ, ㄷ, ㄹ 같은 자음은 물론이고 ㅏ, ㅑ, ㅐ와 같은 한글 모음과도 모양이 닮아있기는 하다.

 때문에 이를 근거로 미국에서 활동중인 송호수 교수같은 학자는 한글의 기원과 관련해 구자라트 문자를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 국어교육과 김광해 교수는 인도 현지를 직접 찾아 조사한 결과 구자라트 문자와 한글은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하고 있다.

 김 교수는 국립국어연구원이 매달 발간하는 ▲새국어소식」 10월호에 기고한 ▲한글과 비슷한(?) 구자라트 문자」라는 글을 통해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문자는 한글과 닮아보이는 형태가 몇 개 있는 것일 뿐 구조상으로나 기원상으로 한글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단정하고 있다.

 그는 구자라트 문자와 한글이 유사하다는 언론보도와 이를 인용한 송호수 교수의 글을 보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97년 설 연휴를 이용해 1주일 예정으로 인도 구자라트 현지를 찾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지에서 힌디어 전공 인도학자까지 만나 구자라트 문자를 읽는 법을 배우고 이 문자의 기원에 대해서도 조사한 결과 『이 문자가 한글처럼 음소문자인 것은 틀림없고 한글과 비슷해 보이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한글처럼 자모가 결합해 하나의 음절을 이루는 체계는 전혀 아니었다』고 밝히고 있다.〈연합〉

 즉 구자라트 문자는 문자 덩어리 전체가 모음, 혹은 자음을 이루고 있으며 이 문자들의 윗부분에다가 단어별로 줄을 죽죽 그으면 그것이 바로 현대 힌디문자가 됨을 단 하루만에 확인했다는 것.

 따라서 이 문자가 한글의 기원일지도 모르다는 언론보도와 이를 인용한 송호수교수의 글은 전문적인 확인작업을 전혀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무책임한 기록이라고 결론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