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바다낚시 체험
월척을 잡으리란 기대로 뛰는 가슴처럼, 부두를 떠나는 가족낚싯배 'VIP호'의 엔진소리가 들떠 있다. 7월, 장마철의 바다와 하늘의 빛깔은 많이 닮아 있다. 영흥도 앞바다로 향하는 바닷길목에서 만난 '인천대교'는 잘 먹는 어린아이처럼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이다.
"와~ 짱이다!" 선상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아이가 탄성을 뱉어낸다. 흐린 장마철의 하늘과 맞닿은 쪽빛바다, 유유하게 창공을 맴도는 갈매기. 인천앞바다의 풍광은 아이에게 동화나 우주처럼 놀라운 세상일 따름이다. 아이는 오늘 엄마 아빠와 '한 배'를 탔다.
연안부두에서 떠나는 '가족낚시체험'여행에서 놀래미, 우럭을 잡는 즐거움은 사실, 덤이다. 한 배를 탄 가족은 똑같은 파도의 출렁임을 느끼고, 같은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야 한다. 똑같은 육감 안에서 가족간 유대감은 견고해진다. 낚시를 시작하십시오. 1시간여 쯤 갔을까. 낚시안내를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짙은 녹색 바다 속으로 낚싯대를 드리운다. 낚싯대는 묵직한 추 하나가 달린 외줄낚싯대이다. 미끼로 쓰는 갯지렁이는 낚시바늘이 안 보일 정도로 길게 끼워야 한다고 VIP호 선원이 알려줬었다. 1mm정도 굵기의 낚싯줄을 검지에 얹은 채 바다 속에서 당기는 느낌이 오길 기다린다. 줄을 타고, 물 위와 물 속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야~ 잡았다!" 아빠, 누나와 함께 배를 탄 동혁(11)이의 입이 크게 벌어진다."아빠, 내가 잡은 게 뭐예요?" 아이가 잡아올린 건 20cm 크기의 놀래미다.
"어머, 이게 웬일이야?" 강희연(26)씨는 "안 잡혀서 들어봤는데 물고기가 걸렸다"며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이다.
줄을 거두십시오. 이제 배를 이동합니다. 30분 정도 한 자리에 머물던 배가 머물던 자리를 떠난다. 이동하는 배에 한 무리의 갈매기가 따라붙는다. 새우깡은 갈매기와 사람들을 이어주는 주 매개체다. 네 다섯 시간 동안 배는 몇 차례, 멈추고 이동하기를 계속했다.
"에이, 웬 돌멩이람", "엄청 크다" 반나절 동안 패자와 탄식과 승자의 탄성이 몇 차례 오간 뒤, 이제 선상에 불이 켜졌다.귀환하는 시간이다. VIP호에 오른 20여 명의 사람들이 잡은 30여 마리의 우럭, 놀래미가 식탁에 오른다.
"음, 음! 많이 드세요." "잘… 먹을게…" 물고기를 잡은 사람의 젓가락은 회를 덥썩덥썩 잡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의 젓가락은 쭈뼛거린다.
'어쩌다 한 번, 오는 저 배는/ 무슨 사연 실고 오길래…' 2층에서 음악이 흐르기 시작한다. CD가 아닌 생음악이다. 달디 단 자연산 회에 소주까지 곁들여 얼굴이 불콰해진 사람들이 2층으로 올라간다. 라이브가수 양석환은 팝송, 가요를 넘나드는 레퍼토리로 연안부두로 돌아가는 가족들의 귀를 행복하게 해주는 중이다.
낚시의 즐거움과 선상의 낭만, 가족의 유대감을 배 하나가득 실은 VIP호는 '만선'으로 귀환하고 있었다.
<관련기사 20면> /글·사진=김진국기자 (블로그)free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