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교류 평화통일 계기로"
오관산의 한 가운데 있는 영통사는 대각국사 의천의 천태종이 발현한 천년고찰이다.
대각국사 의천의 사리가 모셔진 부도
대한불교 천태종의 평화통일을 향한 염원이 물줄기처럼 흘러간다. '대한불교 천태종 나누며 하나되기 운동본부'는 '개성 영통사 복원3주년 기념 및 2차 성지순례'를 통해 남북이 하나 되는 길을 찾고 있다. 지난 8일 1차순례, 18일 2차 순례를 가진 천태종은 오는 23일 3차순례를 갖는다. 인천일보가 2차 순례에 동행했다.
은은한 풀나무 향기와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 우리 산하의 풍경은 어디라도 다르지 않았다. 오관산은 병풍처럼 '천년고찰'을 감싸고 있었고, '영통사'는 그렇게 어머니 같은 산의 품안에서 고색창연한 '천년의 빛깔'로 반짝였다.
'대한불교 천태종 나누며 하나되기 운동본부'가 마련한 '개성 영통사 복원3주년 기념 및 2차 성지순례'에 참가, 개성 '영통사'를 찾은 지난 18일. 새벽 6시가 조금 넘자마자 인천시 서구 '황룡사'를 출발했다. 오전 8시30분에 입북 수속을 밟아야 했기 때문이다. 임진각까지 가는 자유로는 막히지 않았고, 750여 명의 순례단은 8시쯤 경의선도로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했다. 우리측 CIQ(Customs(세관), Immigration(출입국관리), Quarantine(검역))에서 입북수속을 마치고, 다시 차에 올라 MDL(군사분계선)을 지난 것은 9시쯤. 이때까지 별다른 느낌이 없었으나 북측 CIQ에 도착하면서 비로소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북측 군인을 만났기 때문이다. 이국 땅 아닌 이국의 땅…. 가슴 속에서 값싼 감상이 요동치지 않는 것은 개성공단 등 남북협력무드가 점차 무르익어가기 때문이리라.
9시40분 쯤 버스에 오른 북측 안내원이 선물을 나눠주기 시작한다. 절편과 약밥(약식)을 담은 도시락과 '신덕산 샘물'이다. 금방 만들어서 가져왔는 지 떡이 무척 따뜻하다. 쫄깃쫄깃한 떡과 시원한 물을 천천히 음미하며 차창 밖을 내다본다. 산에는 나무가 거의 없는 편이다. 밭에서는 키 작은 옥수수나무와 양배추가 많이 눈에 띈다. 몇몇 농부들이 일을 하고 있기도 하다.
개성 시내에선 사람들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차창 밖으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차라고는 낡은 버스 한 대와 우리 나라 교통경찰 쯤으로 보이는 '교통안전'이란 승용차 몇 대를 목격했을 뿐이다.
고려시대의 유물을 전시하는 고려박물관은 애국명장을 배출한 '고려성균관'이었다.
시내에선 '천연색사진현상소', '리발소'와 같은 간판과 '조선은 하나다'와 같은 구호가 보인다. 아이들은 붉은 머플러를 하고 다니며 이따금 손을 흔들어주기도 했다. 개성의 전체적 인상은 우리 나라 70년 대 풍경 쯤으로 비쳐진다.
강원도처럼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를 지나 깊은 산중에 있는 영통사에 도착한 시각은 10시40분. 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차창 밖이나 군인을 촬영하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관광지는 마음껏 찍어도 상관이 없다.
영통사는 대각국사 '의천'이 출가해 천태종을 널리 퍼뜨리고 입적을 한 성지다. 고려 초기 건설됐으며 2003년 우리측 천태종이 기와 등 건축 재료를 지원하면서 역사적인 남북 공동복원을 이뤄낸 곳이다. 11시15분쯤 '성지순례 원만성취 기념 법회'가 시작됐다.
사회를 본 황룡사 주지 무원스님은 내빈소개와 함께 "자주 순례를 와 통일을 이루자"고 말했다.
장혜명 영통사 주지스님은 환영사를 통해 "령통사를 복원해주고 성지순례 사업의 성사를 위해 노력해준 (남측)관계자들에게 사의를 표한다"며 "성지순례를 정례화하도록 노력을 다 할 것이며 화합 통일에 이바지 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에 전운덕 천태종 전 총무원장이 답사에 나서 "영통사는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고려왕조의 본찰"이라며 "영통사 복원은 단순한 복원이 아닌 남북평화통일을 이루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회가 끝난 뒤 순례단이 돌아본 곳은 '장수바위', '경선원', '마애불' 등이다.
한 쪽이 쩍 갈라진 높이 12m, 둘레 58m의 장수바위에 대해 리성희 강사는 "왕건의 대조부인 허경이 무술훈련을 하면서 단 칼에 내리쳐 두 동강이 났다"며 "갈라진 틈을 지나면 극락세계로 가고 복이 온다"고 설명한다. 경선원은 의천스님의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이 밖에 '3층·5층 석탑', '보광원', '중각원', '영령원' 등 사찰 유물을 살펴보고 나니 1시간이 훌쩍 지난다. 오후 1시50분쯤 '통일관'에서 12찬으로 차린 한정식을 먹고 '선죽교'에 도착한 것은 3시쯤. 선죽교엔 아직도 정몽주의 핏자국이 남아 있다.
고려박물관은 강감찬, 정몽주, 서희, 서경덕, 최영, 문익점 등을 배출한 고려 성균관을 박물관으로 꾸며놓은 곳이다. 고려시대 모든 것을 전시해 놓은 고려박물관의 유물은 특별한 보호장치를 해놓지 않았으므로 마음대로 만져볼 수 있다. 이때문에 성지순례단은 '적조사 쇠부처' '청동화로' 등 고려시대 유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었다.
고려박물관 입구엔 더덕, 인형 등 기념품을 팔고 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 개성CIQ에 도착한 것은 4시20분쯤.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언젠가 고 문익환 목사가 시국강연에서 하던 말이 떠오른다. 당시엔 염원으로 들렸으나 지금은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울림. "여러분, 통일은 다 됐어~"
/글·사진=김진국기자 itimes.co.kr/freebird

지난 18일 영통사에서 열린 '성지순례 원만성취 기원법회' 모습.
'선죽교'는 고려말 이방원이 보낸 조영규에게 철퇴를 맞아 숨진 장소로 아직까지 혈흔이 남아있다.
"종교 교류 평화통일 계기로"

"북한의 영통사는 천태종의 종조 대각국사 의천이 출가하시고 입적하신 곳입니다. 대한불교 천태종 나누며 하나되기 운동본부가 6월에 세 차례 시행하는 성지순례는 여기에 종교인들이 앞장서 평화통일을 이루고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개성 영통사 복원 3주년 기념 성지순례를 이끌고 있는 황룡사 주지 무원스님은 "이번 행사가 단순한 종교 교류를 넘어 남북의 평화로운 통일을 기원하는 법회"라고 강조한다.
"통일을 하려면 감성적으로 바라봐서만은 안됩니다. 그렇다고 너무 계산적인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지요." 무원스님은 "통일은 따뜻한 감성과 냉철한 이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성지순례를 시작으로 지속적인 교류가 이뤄질 때 마음이 통일될 것이고 그러면 나라가 합쳐질 것"이라고 말한다.
18일 있었던 성지 순례에서 사회를 본 무원스님은 이날 법회에서 남북의 종교인들에게 "순례를 자주와서 통일을 이루자"는 요지의 말을 하기도 했다.
"부처님은 모든 명예를 버리고 출가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남북의 중생들 역시 욕심을 버리고 남에게 자비를 베풀 때 더욱 부자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저희 황룡사가 북측의 영통사가 통일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겠습니다. 남북은 서로에게 자비를 베푼다는 마음으로 통일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김진국기자(블로그)free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