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박물관
울퉁불퉁한 돌칼, 아무렇게나 줄을 그어놓은 토기. 저 원시적인 도구를 만든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내가 딛고 사는 땅, 바로 이 자리에서 만들어진 것들. 수 만 년전 인류의 영혼을 만난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아득히 먼 날에 살았던 조상과의 대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인천시립박물관은 지금 '출토유물로 보는 인천'전을 개최 중이다. 특별전시회는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달 26일 시작한 특별전은 오는 24일까지 계속된다.
전시실로 들어서자 장소를 표시한 위성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사진에 표시된 지점은 유물이 발굴된 장소다. 전시는 문헌기록이 없는 선사시대와 기록이 있는 역사시대로 나뉘어져 있다.
구석기시대, 깊은 속을 갖고 있는 심발형토기는 신석기시대에 접어들면서 빗살무늬토기로 진화한다. 뼈연모, 뼈바늘, 간돌창, 화살촉 등 흐르는 시대만큼 도구는 정교해지고 있다. 삼국시대 짧은목단지 항아리는 고려시대 청자로 발전됐다. 단순한 실용성이 복잡한 예술성으로 바뀌면서 인류의 생활은 점점 편리해졌다. 돌도끼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코너를 지난 뒤 본격적인 박물관여정을 시작한다.
'역사1실'은 삼국시대의 인천, 강도·창후리고분 등 선사시대에서 고려시대까지의 유물을 품고 있다. 계양구 동양동에서 발굴한 '널무덤'의 실제모양이 인상적이다. 대장경경판을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재잘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왁자지껄한 소리로 바뀌었을 즈음, 무리를 이룬 아이들이 몰려오고 있다. 아이들은 그저 훑고 지나갈 뿐이지만, 그들의 머리 속엔 잔상이 남을 것이다. 유물은 그렇듯 정적인 분위기와 이미지를 오래도록 가슴 속에 새겨놓는 마력을 갖고 있다. 2층으로 향하는 비탈길은 녹청자 제작과정을 따라가는 길이다. 초벌, 시유, 재벌구이 등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녹청자의 형태가 완전해진다.
조선시대는 '역사2실'(2층)에서 시작된다. 2층에서 만난 도림동 파평 윤씨 소남종택의 고문서는 주자성리학에 충실했던 사대부문화가 지금의 남동구 도림동에서 존재했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개항, 일제강점기까지의 흔적을 생생하게 목격한 뒤 3층 서화실로 향한다.
조선 후기 민화인 '운룡도'에선 구름과 용이 뒤엉켜 있고, '나한호도'에선 스님이 호랑이와 교감을 나누는 중이다. 김홍도와 강세황 같은 이름난 화가의 그림도 있지만 운룡도, 나한호도처럼 주제면에서 흥미로운 편은 아니다. 심하게 빛바랜 종이 위에서, 살아서 꿈틀거리는 듯한 선과 안정된 구도의 그림은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까마득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만 같다. 유구한 역사의 긴 터널을 지나고나니 세상이 점점 환해져 온다. <관련기사 20면>
/글·사진=김진국기자 (블로그)free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