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을 다녀와서
오늘은 이번 여행의 제22일째이며 내일은 이곳을 떠나게 된다. 오늘은 하루종일 프라하를 보기로 했다. '유럽 마법의 도시','황금의 거리','북쪽의 로마'유럽의 음악학원','백 탑의 도시','건축박물관 거리'등 지금까지 프라하를 찾은 사람들이 남긴 프라하를 칭송하는 말은 수없이 많다. 누구든 한 번 프라하에 왔다 가면 금방, 그 마력에 매료되어 버린다.


 
카렐다리에는 30체의 성인들의 상이 세워져있다

2006년 8월 17일 (목, 제22일)
옛 보헤미아 왕국의 수도, 프라하는 중세의 거리를 오늘까지 그대로 남기고 있다. 몰다우 강을 사이에 두고 동쪽에는 여러 가지 역사무대에 등장했던 구 시가가 있고, 서쪽에는 프라하의 상징인 프라하 성이 있으며, 양쪽 모두 붉은 지붕의 거리 속에 여기저기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아르누보 양식의 건축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저마다의 독특한 매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프라하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긴 역사를 거치면서, 늘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아온 쓰라린 과거가 있다. 그럼에도 민족적 긍지를 잃지 않고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지켜온 국민들의 숭고한 정신이 거리 구석구석에 스며있다.
우리들은 '왕의 길'을 거꾸로, 카렐다리를 프라하 성이 있는 몰다우 강 서쪽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나는 옛날의 화려했던 퍼레이드광경을 상상하면서 천천히 카렐다리를 걸었다.
카렐다리는 몰다우 강에 걸려있는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돌다리이다. 카렐다리는 언제나 세계 여러 나라에서 찾아온 관광객으로 넘치고 있다.
이 다리는 14세기후반~15세기 초의 카렐 4세의 시대(1357~60년 가까이)에 고딕양식으로 건조되었다.
길이 약 520m, 폭 약 10m나 되며 양쪽난간에 30체의 성인들의 상이 세워져 있다. 카렐다리의 경관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는 것은 이들 성인 상이다.
이들 성인들의 모델은 성서의 인물, 역사적 인물이나 영웅들이다. 이들 조상(彫像)은 다리의 완성당시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고 17세기~20세기에 세워졌다.
카렐다리는 고딕양식이나 조상은 바로크양식이 많다. 이 다리는 지금 차량통행이 금지되어 있으며 난간 옆에서는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연주하는 '다리 위의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다.
카렐다리의 동쪽 끝에 오니 구 시가 입구다. 많은 사람들의 물결에 밀리면서 같이 왕복2차선 횡단보도를 건넜다.
 
프라하에거 가장 오래된 카렐다리 입구.
횡단보도를 건너자 제복을 입은 사람이 나보고 여권을 보자고 한다. 나는 즉시 없다고 대답했다. 프라하에는 가짜경찰관이 많다고 여행안내서에서 읽었기 때문이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권순근 선생에게도 여권을 보자고 한다.
`오늘 우리들의 안내를 맡은 우리나라 유학생(연극 전공)이 우리들 사이에 개입했다.
여권을 보자는 이유는 횡단보도에서 신호위반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엄청난 인파에 밀려 횡단보도를 건넜다.
끝까지 여권은 호텔에 두고 왔다고 우기니 벌금으로 250Kc(체코 코로나)의 교통위반 딱지를 끊겠다고 한다. "그래, 끊으려면 끊어!"라고 대답했다.
마침 이때 교통신호는 빨간 불이 켜졌는데 수십 명의 사람들이 양쪽에서 횡단보도를 지나간다.
우리 여자선생들이 일제히 "우!!" 소리를 지르면서 야유했다. 이 횡단보도는 신호를 지킬 수 없을 위치에 있고, 지나가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런데 그 많은 신호위반자를 한 사람도 잡지 않는다.
그 후에도 우리들이 보는 앞에서 수백 명이 신호위반을 했다. 운 나쁘게 골라서 찍힌 나와 권순근 선생은 250Kc(12,000원)의 교통위반 딱지를 받았다.
조금 비싸지만 추억에 남는 기념품을 받았다고 자위해본다.
 
● 왕의 길

프라하에는 왕의 길 이라는 약 2500m에 이르는 역사적인 길이 있다. 이 길은 약 4세기동안 시대가 바뀔
때마다 역대 왕들이 대관(戴冠) 퍼레이드를 하여온 길이다. 첫 번째 퍼레이드는 1458년에 있었으며 마지막 퍼레이드는 1836년이었다. 이루트는 구 시가의 화약탑(화약문)에서 카렐다리(Karluv most)를
건너 프라하 성까지 이어진다. 옛날에 화약탑은 궁정의 문이었다. 이곳에서 외국의 대사, 왕후귀족, 성직자들을 마중하고 고적대와 병사, 왕자들을 태운 마차가 행렬을 지어 백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프라하 성을 향해 장엄하고 화려한 퍼레이드를 펼쳤다. 오늘 나도 이 길을 걸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