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을 다녀와서 (21회)
2006년 8월 13일 (일, 제18일)
오늘은 크라코프 교외에 있는 '아우슈비츠'와 비르케나우 두 강제수용소를 보고 국경을 넘어 체코로 입국하려고 한다. 처음 계획은 오늘밤 올로모츠(Olomoc)에서 숙박하려고 했으나 더 남쪽으로 내려가 브르노(Brno)에서 자기로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독일이 점령한 곳에서 유태인, 폴란드인, 로마(집시), 공산주의자, 반 나치스활동가, 동성연애자 등이 체포되어 여러 곳에 설치된 강제수용소에 보내졌다. 어떤 사람은 즉시 살해되고 어떤 사람은 심한 노동을 시킨 후 살해되었다. 살인공장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는 크라코프 서쪽 54km의 오수비엥침(Oswiecim) 교외에 있다. 이곳에서 살해된 사람은 28민족, 150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호텔을 떠나 1시간 10분만에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도착했다. 수용소 입구 아치에『ARBEIT MACHT FREI』라는 글이 크게 계시되어 있다. 독일어로 <일하면 자유로워진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한번 이곳에 들어온 후 자유롭게 된 사람이 있었을까? 이 입구를 들어설 때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지나갔을까? 수용소 안에는 28동의 건물이 있어 많을 때는 28,000명이 동시에 수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조금 떨어진 곳에 시체소각장이 있었다. 가스실에서 살해하고 이곳에서 태워버렸다. 가스실에서 사용된 독가스는 독일 훽스트에서 개발하여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치클론 B였다. 소각장의 네모난 높은 굴뚝이 으스스하게 올려다 보인다. 돌아오는 길에 어떤 건물에 들렸더니 2차대전이 종전되기 직전에 미국정찰기가 찍은 수용소의 항공사진이 있다. 항공사진에는 수용소가 이곳뿐이 아니라 여러 곳에 있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는 1976년, UNESCO의 세계유산에 등록되었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비르케나우(Birkenau) 강제수용소가 있어 가보았다. 이곳은 아우슈비츠보다 규모가 더 크며 300개 이상의 수용동이 있다. 1941년부터 건설하기 시작되고 소련군에 의해 해방될 때까지 백 수십만 명이 이곳에서 죽었다고 한다. '죽음의 문'이라고 불리던 입구를 들어서니 오른편에 철로가 안쪽으로 끝까지 뻗어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선로를 지나갔을까? 선로가 끝나는 곳에 큰 돌·비석이 세워져 있다. 국제위령비다. 그 옆에 20개국의 작은 위령비가 세워져 있으며 비문은 여러 나라말로 써있어 얼마나 많은 나라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 말해주고 있다.
아우슈비츠를 떠나 남쪽으로 달리다가 맥도날드를 만나 재빨리 점심식사(13:30, 19℃)를 해결하고 국경을 향했다. 이번 여행에서 이곳이 다섯 번째 국경이자 마지막 국경이다. 오후 2시 30분, 체코의 국경에 도착하니 앞에 대형버스 5대가 줄서고 있다. 언제 우리 차례가 올까? 그러나, 두 나라국경을 통과하는데 1시간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드디어 마지막 나라 체코에 입국했다.
국경을 떠나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 양쪽에도 옥수수 밭이다. 지난 18일간 옥수수와 해바라기 밭만 보면서 왔다. 또 여러 나라 시골길에는 가로수로 살구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이렇게 평화로운 곳에서 전쟁은 왜 일어났을까? 오후 4시경에는 날씨가 좋아졌다.
국경을 떠나고 1시간 40분만에 올로모츠(Olomoc)에 도착했다. 올로모츠에는 체코에서 프라하 다음으로 문화재가 많다고 한다. 올로모츠는 30년 전쟁(1618~48년)으로 큰 피해를 입었으며, 그 후 스웨덴에게 점령되어 더욱 심하게 파괴되었다. 이윽고 18세기에 들어서서 복구되기 시작하여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구 시가에 가니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등 온갖 양식의 건물이 즐비하게 서있으며 멋진 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8월 중순인 한 여름인데 기온이 19℃(15:30)이다. 호르니 광장의 중앙에 큰 시청사가 있고 4면에 시계가 달린 첨탑이 높이 솟아있다. 이 건물은 고딕과 르네상스양식으로 마감된 아름다운 건물이며 15세기에 건축되고 1955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개수되었다. 탑의 기단부근에 천문시계가 달려있으며 매시간 정시에는 종이 울린다. 우리들도 오후 6시가 되는 것을 기다려 천문시계 앞에 모였다. 올로모츠의 구 시가에는 여러 가지 분수도 많다. 또한 호르니 광장 서쪽에는 1716년에서 1754년에 바로크양식으로 만든 높이 35m의 거대한 '성 3위1체 비'가 서있다. 이 올로모츠의『성 3위1체 비』는 중앙유럽에서 뛰어난 건조물이어서 2000년, UNESCO의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올로모츠를 떠나고 브르노(Brno)의 호텔에는 1시간만에 도착했다./황규광 동양탄소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