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숨쉬는 인천여행 시리즈 - 19.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대지이발관 박 아저씨가 5평 남짓한 공간에서 은율면업사 박 아저씨의 면도를 해주고 계십니다. 지게 높이 아슬아슬하게 연탄을 실고 비탈길을 오르던 유 할아버지가 대지이발관을 향해 인사를 건넵니다. "어이~ 수고들 하게" 유 할아버지는 맹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영희네 집에 연탄을 배달하는 중입니다.
이발사 아저씨가 중얼거립니다. "저 어르신 아니면 우리 수도국산 사람들 몽땅 얼어죽었을 것이구먼." 솜틀집 아저씨가 맞장구를 칩니다. "아 누가 아니래유, 산동네에 연탄배달해주는 사람이 요즘세상에 어디 또 있을라구."
인천의 대표 달동네 동구 송현동 '수도국산'. 지금은 아파트가 빼곡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곳은 슬레이트 지붕 사이로 숨막히는 비탈길이 나 있던 곳이다.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이하 박물관)을 찾은 것은 조금은 감상적인 향수에 젖어서다. 수도국산 꼭대기에 틀어앉은 박물관에 들어서자 골목어귀가 드러난다. 어귀에선 할아버지가 폐지를 줍고 있고 그 옆에선 아저씨가 뻥튀기를 튀기는 중이다. '송현상회'는 백열등 불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고 있다. 구멍가게 안에는 태양캬라멜, 환희담배가 반짝반짝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조금 더 오르자 빨간색 5촉전구를 켜 놓은 두 칸 짜리 '공동변소'가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담벼락엔 낡은 반공방첩, 쥐잡기 포스터가…. 달동네에 밤이 온다. 다듬이질, 고양이, 야경꾼(방범대원) 소리가 새나온다. 마지막 코스인 전시장엔 재활용품과 '난쏘공'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등 서민생활상을 그린 책들도 갖춰놓았다. 1970년 대 도시변두리의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 내부는 전체적으로 '따뜻한 어두움'의 색조를 띤다.
다시 'TV동화 행복한 세상'. 멍멍… 슬레이트 지붕에 석양이 내려앉기 시작합니다. 시나브로, 달님과 별님들도 하나 둘 얼굴을 내밉니다. 잠자리에 누운 철수가 옆에 나란히 누운 동생의 얼굴을 확인합니다. 동생은 쌕쌕거리며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철수가 영희에게 말을 건넵니다. "누나, 엄만 언제 오시는거야?" "……." 앉은뱅이 책상에서 공부를 하던 영희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작고 네모난 창틀을 가리킵니다. "저기 반짝이는 거 보이지? 저 별나라로 여행가셨는데 몇 밤만 자면 오실거야." "으…응… 알겠어 누나." 돌아누운 철수의 얼굴 위로 주르륵 물방울이 흘러내립니다. <관련기사 20면>
/글·사진=김진국기자(블로그)freebird
저작권자 © 인천일보-수도권 지역신문 열독률 1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