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42)

 묶어놓은 두 팔도 잠시 붕대를 풀어 주었다. 그래도 강혜기 동무는 미동도 않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입에다 재갈을 물려 저렇게 시퍼렇게 멍이 든 얼굴을 부모가 보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김재순 과장은 혀를 차다 먼저 나갔다. 간호장은 수양의(수련의)에게 이동침대를 밀어달라고 부탁하며 수술실 출입문을 열었다. 잠시 후 강혜기 동무가 누워 있는 이동침대가 진료실로 나왔다. 김재순 과장은 수사일꾼과 피해자의 부모를 침대 곁으로 불렀다. 수사일꾼은 찬찬히 피해자를 살펴보다 관리위원장 부부를 쳐다봤다.

 『여기 누워 있는 려성 동무가 관리위원장 동지의 딸이 틀림 없습네까?』

 관리위원장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강혜기 동무를 살펴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안해는 참다못해 흑! 하고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김재순 과장은 불안한 순간을 피하듯 간호장의 등을 쳤다.

 『환자 빨리 안으로 옮겨.』

 간호장이 목례하며 수양의와 함께 이동침대를 밀고 나갔다. 수사일꾼은 피해자 신원확인서에 보호자가 수표(서명)나 도장을 찍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며 송기수 농장원 부부가 기다리고 있는 현관 복무대 쪽으로 가자고 했다. 그 말이 서운한 듯 관리위원장은 수사일꾼을 바라보며 머뭇거렸다.

 『우리 딸아이가 어드러케 다쳤는지….』

 관리위원장은 산부인과 과장에게 딸의 진료 결과라도 물어보고 가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수사일꾼은 상무(지휘부)에 보고할 시간이 급해서 그러니까 일단 나가자고 했다. 피해자 신원확인이 끝나면 충분히 담화할 시간을 줄 테니까 그때 의사에게 궁금증을 물어보라고 했다. 원무과 책임지도원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며 수사일꾼을 거들었다. 관리위원장은 도리 없는 듯 수사일꾼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그의 안해는 눈물을 삼키며 넋없이 서 있다 정기택 안전원의 부축을 받으며 복도로 나왔다.

 『자, 빨리 따라 오라요.』

 원무과 책임지도원이 재촉했다. 그는 일행을 원무과로 안내했다. 원무과는 기술부원장과 경리부원장실 사이에 있었다.

 정기택 안전원은 앞서 가는 수사일꾼을 따라 가며 혼자 고개를 끄덕여댔다. 공화국에서 태어나 30년 넘게 살았지만 공화국의 군 인민병원들이 병원장 밑에 기술부원장과 경리부원장을 두고 있고, 각과에 배치되어 있는 1급에서 6급(무급:수양의)까지의 의사들은 기술부원장의 통제를 받으며 의사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처음 알았던 것이다. 잠시 후 정기택 안전원은 일행을 따라 원무과 담화실로 들어갔다.

 『여기서 피해자 신원확인 수표를 받으시라요. 내가 나가서 복무대 옆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데리고 올 테니까요』

 책임지도원이 수사일꾼을 보고 말했다. 수사일꾼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