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바치는 기도(5)

 『인민군 여러분! 자유대한의 4천만 국민들과 UN인권위원회에 가입한

90여개국의 국민들은 오늘날 북한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공개총살형과

같은 반문면적이고 비인도적인 책벌주의가 하루속히 사라지기를 기원하고

있으며, 이 방송을 듣고 계신 인민군 여러분에게도 그런 반문명적이고

비인도적인 책벌이 내려지지 않기를 신에게 고개 숙여 기도 드리고

있습니다. 신이시여! 조국의 보위를 위해 일찍이 부모형제를 떠나와

전연지대에서 이 밤도 고생하시는 저 하전사들에게는 절대로 그 끔찍하고

반문명적인 공개 총살형만큼은 면제해 주십시오, 하고 말입니다. 그럼

노래 한 곡 듣고 다시 잇겠습니다.』

 인구는 고성기 방송을 타고 들려오는 그 에미나이의 속삭임을 들으며

담배를 한 대 붙여 물었다. 불현듯 보위부 사무실로 불려가 취조 받던

순간이 다가오며 리상위의 험상궂은 얼굴이 신경을 긁어댔다.

 『다시 한번 말해 보라. 복순이란 에미나이를 모른다구? 왜 거짓말을

하는가? 모르는 에미나이가 어드러케 인구 동무, 체하지 않게 꼭꼭 씹어

드시라요, 하고 연애질 쪽지를 보낼 수 있는가? 빨리 바른 대로 말하라!』

 인구는 진땀 나던 순간을 되짚어보며 혼자 생각에 잠겨 들었다.

 그 련애질 쪽지라는 것은 정말 복순 동무가 써 보낸 것일까? 만약 복순

동무가 보위부에 끌려와 그 쪽지를 썼다고 하면 나는 어드러케 될까?

그때는 모든 것이 뜰창(드러나고) 나고 말 것이다. 그땐 어드러게 말해야

좋을까?

 인구는 어른거리는 리상위의 얼굴을 피하듯 괴롭게 머리를 흔들었다.

그렇지만 리상위의 모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가 피하려고 하면 더

끈질기게 따라와 자신을 물고 늘어지는 느낌이었다.

 『바른 대로 말하라. 이런 쪽지를 받아 읽은 적은 없어도 이 쪽지를 쓴

복순이라는 에미나이는 알고 있을 게 아닌가. 빨리 말하라. 복순이란

에미나하고는 어드런 관계인가?』

 인구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가리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내일쯤

리상위가 직접 복순 동무를 데리고 와서 앞에 앉혀놓고 낮에처럼 물으면

그 때는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머리가 아팠다.

 그때도 모른다고 생떼를 쓰면 통할 수가 있을까?

 인구는 잠시 그런 생각을 해보다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절대로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면서 자기 자신이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벼랑 끝까지 밀려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웠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리상위는 내일도 모레도 내가 진실을 자백할

때까지 계속 불러 올릴 게 뻔한데….

 인구는 수없이 되풀이되던 리상위의 공갈과 협박을 되새겨보다 자신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