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바치는 기도(3)

 그때 집행관 옆에 섰던 군의가 저벅저벅 걸어가 피가 흘러내리고 있는

선임하사를 잠시 지켜보다 공기혈관 주사를 놓았다. 피가 빠져 나온

선임하사의 혈관 속으로 공기가 들어가고 있을 때 집행관이 또 누군가를

불러댔다. 인구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다음은 곽인구 차례야. 빨리 곽인구도 끌어내라우!

 경무들이 저벅저벅 자갈을 밟으며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인구는 얼른

일어나 달아나려다 앞을 막는 경무들에게 붙잡혔다. 경무들은 어디론가

달아나려는 인구의 다리와 정강이를 사정없이 후려 까며 그를 집행관

앞으로 끌고 나갔다. 인구는 끌려나가면서도 계속 발악했다.

 -이거 놔! 난 아니란 말이야!

 누군가가 자신의 팔다리를 포박하는 것 같아 인구는 심하게 몸부림치며

벌떡 일어났다. 실내가 컴컴했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팔을

끌어당기며 자갈밭을 걸어가던 경무들도 보이지 않았다. 인구는 그때서야

자신이 꿈을 꾸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이마를 훔쳤다. 이마에는 땀이

흥건했다.

 『휴우.』

 꿈이었지만 망막 속에 남아 있는 잔영은 소름끼칠 만큼 선명했다.

어떻게 그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생각만 해도 몸이 떨리고 입술이

바싹바싹 타들어 갔다. 물이라도 한 모금 마셔야겠다고 생각하며 인구는

침상을 내려왔다. 터벅터벅 현관까지 걸어나와 물을 한 컵 마시고 시계를

보니까 시계는 그새 자정이 넘어 있었다. 인구는 다시 병실로 들어와

바깥을 내다봤다. 주룩주룩 비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그런 끔찍한 꿈을 꾸었을까?

 인구는 써늘하게 밀려오는 바깥 냉기가 싫어 다시 침상에 누웠다. 어제

저녁까지 같이 생활했던 까까머리 환자는 어디로 떠나고 병실에는 자기

혼자 누워 자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 수 있었다. 그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이 며칠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여러 차례 보위부 사무실로 불려가 자술서를 쓴 것이 마음에 걸렸다.

보위지도원의 날카로운 눈매만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써늘해졌고, 또다시 무언가가 식도를 타고 넘어올 것처럼 속이

매스꺼웠다. 모든 것을 훤히 다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는 리상위의 눈길이 아무래도 심상찮게 느껴졌다. 군의관이 좋게

소견서를 써 주어서 두들겨 맞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몸이 좋아지면

그도 보위부 구류장으로 끌려가 개돼지 취급을 받으며 예심(신문)을 받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사관장 동지와 함께 후방물자를 빼돌리고

사민부락에서 복순 동무와 함께 라체오락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 재판에

회부되어 공병대 선임하사처럼 총살형을 선고받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끝까지 리상위의 예심을 피해 나갈 수 있을까?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