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택 안전원이 바쁜 표정을 짓자 송기수 농장원 부부는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수사일꾼의 뒤를 따라 우당리협동농장 관리위원장 부부가 앉아 있는 인민병원 현관 복무대 쪽으로 내려왔다. 아까는 보이지 않던 병원 일직근무자가 현관 복무대에서 일어나 책임지도원과 수사일꾼을 향해 인사했다. 원무과 책임지도원은 그때까지도 훌쩍거리고 있는 송기수 농장원 부부를 장의자에 앉아 기다리게 한 뒤 다시 협동농장관리위원장 부부를 데리고 강혜기 피해자가 누워 있는 산부인과 병실로 가자고 했다.

 원무과 책임지도원은 수사일꾼에게 인민병원 현황과 병실배치도를 설명하며 앞장서 걸었다.

 낙원군 인민병원은 평안북도내 군 단위 인민병원들 중 진료과목이나 전문의들을 제일 많이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군 단위 인민병원들이 의사 30~40명에다 150여개의 병상을 확보하고 있으나 낙원군 인민병원은 지도자 동지의 배려로 의사 50명에다 병상 수도 200여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전문의도 내과를 비롯해 14명이나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중 산부인과는 갓난아이들의 울음소리와 고통에 찬 임산부들의 출산비명을 격리시키기 위해 1층 복도 끝에 배치해 놓고 있다고 했다. 현관 복무대 좌측에 있는 구급실(응급실) 옆 복도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홍명숙 과장이 복무하는 내과가 나오고, 그 앞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정남숙 과장이 복무하는 외과가 나온다고 했다. 그 외과를 지나 계속 안으로 들어가면 소아과ㆍ피부과ㆍ안과ㆍ이비인후과ㆍ방사선과ㆍ실험과ㆍ물리치료과ㆍ결핵과ㆍ간염과ㆍ구강과ㆍ고려치료과(한의학과) 등이 저마다 조그마한 병실 안내판을 내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 중 산부인과는 낙원군 인민병원 14개 전문의 병실중 공간적으로는 제일 넓다고 했다. 산부인과는 산하에 진료실ㆍ분만실ㆍ아실(兒室:신생아실)ㆍ임산부회복실 등을 갖추고 있는데 그런 병실들은 모두가 만삭이 된 임산부들이 인민병원 현관 접수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찾아가 이용할 수 있게 병원 후문 옆에다 배치해 놓고 있다고 했다.

 『저기 앞에 보이는 저 건물도 군 인민병원 시설입네까?』

 수사일꾼이 군 인민병원 후문 맞은 편에 새로 들어선 건물을 보고 물었다. 원무과 책임지도원은 수사일꾼의 손끝을 지켜보다 완강히 도리질을 했다.

 『기건 지도자 동지의 특별지시에 의해 지난해 가을 새로 지은 수의방역소입네다.』

 『아, 인민군대에 돼지보내기운동의 일환으로 지어졌다는 그 수의방역소 말입네까?』

 수사일꾼이 되물었다.

 『기렇습네다. 인민군대에 보내는 도야지를 비롯해 집에서 기르는 모든 가축들의 질병 치료나 예방사업은 모두 저 수의방역소에서 관장하고 있습네다.』

 책임지도원이 산부인과로 들어가는 병원 후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보충설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