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35)

 수사일꾼은 덩달아 긴장하는 빛을 보이며 병원장을 지켜보았다. 잠시 말을 끊고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병원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내려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오. 남자는 구둣발에 걷어차여 야산 아래로 굴러 내려오며 바위에 부딪쳐 턱뼈가 부러지고 관자놀이께가 찢어져 일곱 바늘이나 꿰맸다고 합디다. 갈비뼈도 세 대나 부러져 중탭니다.』

 『기럼 여성 동무는?』

 수사일꾼은 농기계관리소 관리위원장 딸의 피해 정도를 물었다. 병원장은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좋을까 하고 잠시 말을 끊으며 곤혹한 표정을 지었다.

 『기거 참! 여러 사람 앞에서 설명하기가 좀 그렇소….』

 강혜기 동무의 피해상태는 앞날을 위해서도 여러 사람들 앞에서 공개할 것은 아니라며 병원장은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담당의사한테 직접 물어보라는 것이었다. 수사일꾼은 병원장의 속뜻을 헤아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무 나 좀 보기오.』

 병원장이 문 밖에까지 따라 나왔다가 원무과 책임지도원을 불렀다. 수사일꾼을 아래층으로 안내하던 원무과 책임지도원이 계단을 내려가다 말고 재빨리 다가왔다. 병원장이 책임지도원을 끌어당기며 낮게 속삭였다.

 『담당의사에게 말해 신원확인이 끝나면 피해자 가족들은 밖으로 나가게 하라우. 기러구 난 뒤 수사일꾼에게 그 동안의 처치과정을 설명해 주도록 하라우. 기러구 주사약 문제는 수사일꾼을 보내놓고서리 담화하라우….』

 책임지도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

 그는 아래층으로 내려와 정기택 안전원과 보호자를 대동하고 외과 병실로 들어갔다. 간호장과 함께 송영기 학생을 내려다보고 있던 정남숙 과장이 다가왔다.

 『어서 오라요.』

 『저 동무 경과가 좀 어떤가요?』

 『가슴은 조금 전에 깁스를 끝냈는데 좀 더 지켜봐야지요….』

 『안전부에서 피해자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보호자들을 데리고 왔는데 지금 대질시킬 수 있겠소?』

 정남숙 과장은 좀 난감한 빛을 보였다.

 『얼굴을 일곱 바늘이나 꿰맨 데다 부기가 가라앉지 않아 보기 흉한데 괜찮겠습니까?』

 『그럼 어카나? 안전부서는 빨리 수사보고를 해야 된다는데.』

 『지금 주사 맞고 잠들어 있는데 가족들이 병실에 들어와 울고불고 하며 소란 피우면 곤란합네다.』

 『그런 짓 못하게 단단히 주의를 주어야지. 다른 도리가 없지 않소?』

 정남숙 과장은 책임지도원과 사전에 말을 맞춘 뒤 우당리분주소 정기택 안전원과 송기수 농장원 부부를 병실로 불러들였다. 세 사람은 정남숙 과장의 안내를 받으며 병상 곁으로 다가왔다. 송영기 학생은 부모가 병상 곁으로 다가와도 미동도 않고 누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