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체에너지 개발
국제원유가격이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미 50달러 선을 돌파했던 유가가 20달러 선으로 내려갈 것 같지는 않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철로 접어들면 우리나라에서는 난방용 에너지 사용이 급증하게 된다. 어느 사이에 하루에 220만배럴의 원유를 소비하는 세계 6위의 에너지 소비국에다가 제 4위의 원유수입국이 되어버리고 만 우리로서는 에너지 소비를 효율적으로 하고 대체에너지 개발에 지금이라도 발 벗고 나서지 않는다면 국제수지 문제를 떠나서 국가적 재앙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특히 지구환경보호를 위해서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에너지 사용대신 재생에너지 개발에 오래전부터 범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이를 국민들이 성심껏 뒷받침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는 우리들에게 타산지석 같은 교훈을 준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공업국이자 국민소득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독일 에너지 정책은 화석연료사용을 줄여서 지구온난화 방지 등 환경개선에 앞장서고 머지않아 고갈되고 말 석유나 석탄 의존 비율을 줄여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오늘날 독일의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의 총 매출액은 연간 100억 유로(15조원)에 달하고 수출도 매년 급증하고 있으며 13만 5천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6년 전인 1998년에 비해서도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이 약 2배나 늘어났으며 창업한지 몇 해 안되는 의욕적인 중소기업들이 특수한 기술을 개발하여 역동적인 재생에너지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풍력에너지 분야에서 독일은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이제는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태양에너지 분야에서는 일본에 이어서 세계 2위를 차지한다.
이같이 독일의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1998년부터 연방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큰 힘이 되었다. 이에 따라 작년도 독일의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8%이며 전체에너지 소비량 대비는 3%를 넘어섰다. 얼핏 보기에는 미미한 수치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전체발전량의 10%를 재생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비율이며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독일 연방정부가 매년 1억 유로(1천500억 원)이상의 예산을 대체에너지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입해온 결과에 따른 것이며 앞으로도 투자예산은 물론 재생에너지 생산 비율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대체에너지 가운데 지난 10년동안 0의 수준에서 15%로까지 급성장한 부분은 풍력발전이다. 연방풍력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독일에는 약 1만5천380개의 금속형 풍차가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데 국제적으로도 풍력발전 분야의 선두를 달리며 그 다음으로 큰 격차를 보이면서 스페인과 미국이 뒤를 따르고 있다. 거대한 금속제 풍차가 수십 대씩 돌아가는 것이 자연경관을 해친다는 일부 환경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헤어만 쉐어 유럽재생에너지협회 회장은 에너지 생산과 분배체계는 모두가 풍경을 해치기 마련이지만 무공해 에너지 생산을 위한 풍차를 경치와 관련짓는 것은 넌센스라고 일축한다.
이밖에도 태양에너지, 유기체 폐기물을 통한 열 공급, 지열을 이용한 냉.온방 및 수력발전시설의 확대와 설비개량을 통한 추가에너지 확보 등 독일연방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및 일반기업들의 집념은 대단하다.
2020년까지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소비를 20%까지 끌어올리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40%줄이려는 것이 독일의 목표다. 2050년까지의 장기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때까지는 1차에너지 소비량의 반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우리보다 풍요롭고 기술이 앞서 있고 단단한 경제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독일의 에너지 절약과 대체에너지 개발계획을 보고 듣고 있노라면 아직도 대부분 수입원유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펑펑 쓰고 있는 우리 스스로가 정말 부끄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