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암사가 펴낸 ‘한옥살림집을 짓다’는 강화도 둔진진 산 중턱에 자리한 ‘학사재’의 건축소장을 맡은 김도경(고려대) 박사가 쓴 책이다.
 1999년 겨울 공사를 시작해, 1년6개월동안 집을 지으면서 현장에서 겪은 모은 일을 기록했다. 조선시대 각종 건축공사 현장에서도 보고서인 ‘의궤’(儀軌)를 만들었듯 터잡기에서 완공까지 공사사진과 설계도면까지 곁들여 상세하게 집짓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궁궐복원이나 사찰 등을 두루두루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한옥전문가이지만 지은이는 스스로 살림집은 처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일까 지은이는 한옥을 제대로 지을 줄 아는 장인의 사라짐을 아쉬워하고 있다. 특히 현대 건축법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를 양성할 교육기관은 물론, 학교 교육에서도 한옥이 ‘문화재’에 그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이 책은 한옥의 장점을 아주 쉽게 풀어가며, 그 넉넉함을 자랑한다. 그렇다고 이 책은 한옥의 외형만 역설하는 책이 아니다.
 서까래가 무엇인지, 기둥은 어떻게 세우는 지, 못하나 없이 대들보와 도리를 어떻게 맞추는 지,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머리속에 한옥 한채가 들어선다. ‘집은 사람이 살아야 집이 된다’고 말하는 지은이는 집주인의 역할을 매우 강조한다.
 집짓기를 하다 지친 일꾼들과 집주인이 한데 어우러져 모탕고사에, 입주식, 상량식까지 벌이는 통과의례를 설명하는 부분도 재미있다. 집이 오래오래 가기를 기원하는 상량식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진지함까지 뭍어나 있다.
 한옥살림집을 짓다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은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며 ‘죽여라, 살려라’ 외쳐대는 장인들의 모습이다. 사라져가는 그들과 함께 전통한옥 또한 그 맥을 놓칠까 안타까울 따름이다. (현암사 367쪽 1만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