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는 자와 쫓기는 자(44)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전체 인민의 생사를 판가름하는 조선로동당의 상업정책이 이렇게 기복이 심할 수가 있는가 말이다. 인민들 개개인의 경제적 능력과 자립기반을 뿌리 뽑아 당에 예속시키기 위해 국가 주요산업과 개인의 사유재산을 법을 앞세워 국유화시켜 놓고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강제적으로 내려 먹일 때가 언제였던가. 불과 20여 년 전인데 그들이 그토록 죄악시했던 장마당을 개설해 국영상점과 협동단체 상업망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물자부족과 생필품부족현상을 해결하도록 안내해 주고 교양 시키라니…. 이건 결국 인민들 모두를 가난뱅이로 만들어놓고 장마당에서 스스로 살길을 찾아보라는 말과 마찬가지인데 당의 꼭두각시처럼 용렬스럽게 사회주의 개조사업을 외치던 정무원이 이래도 되는지 의문스럽기까지 했다. 시장은 봉건시대 자본주의 개인상인이나 부르주아 반당분자들의 아지트이기 때문에 당장 때려 부숴야 된다고 게거품을 품을 때가 어제 같은데 이제 와서 그 시장을 1개 군 단위마다 두어 군데씩 신설하여 운영하라니…. 이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중국이나 로서아처럼 수정주의를 받아들이겠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토록 죄악시하던 장마당을 신설해 운영하라는 말인가.

 정 아바이는 정무원으로부터 내려온 그런 지시 문건 내용을 인민위원회 책임지도원을 통해 전해 듣고 의문이 풀리지 않아 혼자 고민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때 책임지도원을 통해 알은 내용이지만 장마당은 공화국 내의 각 시나 군 단위의 행정경제위원회 상업과에 복무하는 시장관리 지도원이 매대(판매대)를 대여하고, 그 매대의 유지와 보수를 위해 매월 관리비를 받는다는 말을 들었다. 관리비는 평균 잡아 30원 정도 부담해야 된다고 했다. 정 아바이는 책임지도원을 통해 들은 내용을 인민반회의를 통해 반원들에게 전달했다.

 『새금천장마당 자릿세가 한 달에 30원이래…. 기거 괜찮치 않네?』

 반원들은 다니고 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장사나 하겠다며 앞다투어 신청서를 냈다. 월 30원의 매대 사용료는 하루만 나가서 장사해도 벌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경쟁이 치열해 질 수밖에 없었다.

 정 아바이가 강영실 동무와 가까워진 것은 그 일 때문이었다. 지원자를 다 수용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인민들이 장사를 하겠다고 나서자 군 행정경제위원회 상업과에서는 지원자의 자격을 규정해 그 규정에 적합한 사람을 찾아보라고 했다. 내용을 알아보니까 국가와 사회를 위해 정년까지 복무하고 퇴직한 연로연금 수혜자나 국가를 위해 일하다 순직한 유공자 가족들에게 매대를 우선적으로 임대한다고 했다.

 가내부업신고서를 내놓고 산골로 들어가 콩을 구입해 와서 두부를 만들어 파는 강영실 동무가 적격의 인물처럼 느껴졌다. 정 아바이는 그니의 속내를 알아보기 위해 새금천장마당 매대 임대 소식을 전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