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6)

 노경희가 국그릇과 밥그릇을 들이밀며 아양을 떨었다. 작업반장 아주머니는 노경희 뒤에 다른 분조원들이 서 있지는 않는가 하고 재빨리 확인한 뒤 웃음을 보였다.

 『어서 오라. 마당 쓸고 골목길 청소하느라 배 고팠디?』

 작업반장 아주머니는 후방경리책임자가 다른 데 신경을 쓰고 있는 틈을 타 밥과 국을 듬뿍 퍼 주었다. 노경희는 누가 볼세라 굽실 절을 하며 밥그릇과 국그릇을 들고 식탁으로 물러났다. 뒤이어 인화가 밥그릇과 국그릇을 내밀었다.

 『모범전투원 칭호를 받았다는 거이 참말이네?』

 작업반장 아주머니가 김이 무럭무럭 나는 새 밥솥과 국솥을 배식대 위에 올려놓으며 물었다. 인화는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방금 벽보판에 붙은 속보를 보았습네다.』

 『어케 하는 일마다 길케 야무지네. 끝나는 날까지 병나지 않게서리 밥 많이 먹고 몸조심 잘하라우.』

 작업반장 아주머니는 객지에 나가 있는 딸자식을 대하듯 다정한 눈길로 인화를 건너다보며 국과 밥을 듬뿍 퍼 주었다. 인화는 작업반장 아주머니가 너무너무 고맙고 덕성스럽게 느껴져 눈빛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내보였다. 작업반장 아주머니, 오늘 이 은혜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하고. 작업반장 아주머니도 인화 학생 속마음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안다며 후방경리 책임자가 보기 전에 어서 물러가서 밥이나 맛있게 먹어라 하고 무언의 눈빛을 보냈다. 인화는 또 한번 감사의 인사를 건네며 식탁으로 건너갔다.

 작업반장 아주머니는 인화 뒤에 줄 서 있는 1분조원들에게도 국과 밥을 듬뿍듬뿍 퍼주었다.

 분조원들은 모처럼 정신적인 기갈 증상까지 쫓으며 조반을 끝마쳤다.

 국그릇과 밥그릇을 개수통에 넣고 돌아서자 각 작업반 학생대표들은 선전교양실로 달려오라는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틀림없이 각 작업반과 분조원들에게 전달할 공지사항을 알려 주기 위한 모임일 것이다. 인화는 손수첩과 원주필을 준비해 마을회관 옆에 있는 선전교양실로 달려갔다.

 윤명희가 다른 작업반 학생대표들을 기다리며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윤명희의 얼굴이 오늘따라 왜 저렇게 어두울까? 인화는 윤명희 곁으로 다가가 애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 아프니? 안으로 들어가지 않구 왜 이러구 있니?』

 윤명희는 말하기 곤란한 듯 난처한 표정만 지었다. 인화는 무언가 이상하게 느껴져 다시 물었다.

 『작업반에 무슨 일 생겼니?』

 『아니야.』

 『그럼 얼굴색이 왜 그래?』

 『말하기가 좀 그래.』

 윤명희는 자기 입으로 말하기 곤란하다며 포오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