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5)

 강냉이 된장을 풀어 시금치국을 끓였는지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풍겨 왔다.

 『야, 빨리 와서 밥 타!』

 후방사업담당 배영순이 임시식당 배식대 앞에서 분조원들을 불렀다. 인화는 분조원들을 따라 배식대 앞으로 다가갔다. 길다랗게 줄을 선 작업반원들의 뒤를 따라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까 임시식당 벽에 벽보판이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배식대 앞으로 다가가던 분조원들이 자신들의 이름이 속보에 나왔다고 소리쳤다.

 무슨 말인가 싶어 인화는 벽보판 쪽으로 눈길을 주었다. 벽보판에는 학교 편집부 학생들이 그 동안의 모내기전투 성과들을 취재해 집계한 속보가 붙어 있었는데 31작업반의 총화점수가 4개 작업반 중에서 제일 높았다.

 분조별 점수는 인화가 소속해 있는 1분조가 가장 높았다. 단 한사람의 부상자와 환자도 없이 분조원 전체가 10일간 속도전의 불바람을 일으켜 모내기전투계획을 130%나 초과 달성했다고 적혀 있었다. 또 속도전의 불바람을 일으키며 다른 분조원들에게 모범을 보인 1분조원 20명에게는 「모범전투원」 칭호가 내려졌다고 속보는 전해 주었다.

 벽보판 속보 내용을 보고 온 분조원들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1분조 선전담당 방은주는 이 사실을 전체 분조원들에게 알려 주느라 가만히 서 있지를 못했다. 식당과 선전교양실 앞을 바삐 왔다갔다하며 만나는 분조원들마다 1분조가 모범전투원 칭호를 받았다는 소식을 알려주며 남은 전투기간 내내 초과달성을 위해 불바람을 일으키자고 선전 선동해댔다.

 이 때 후방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배영순이 인화 곁으로 다가와 귓속말로 속삭였다.

 『오늘 아침은 작업반장 아주머니가 배식 담당이야. 국그릇과 밥그릇을 큰 것으로 잡아.』

 야, 신난다 하면서 배식대 앞으로 다가가다 보니까 정말 작업반장 아주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1분조원들은 모두들 입이 자배기처럼 벌어졌다. 작업반장 아주머니는 1분조원들이 인화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고, 서로 도와 가며 골목길과 집안 청소도 잘 해준다며 이 며칠 전 배식 일을 맡았을 때 유독 1분조원들에게 애정을 보이며 국과 밥을 듬뿍듬뿍 퍼주었던 것이었다.

 그 통에 늘 배고픔에 시달리던 분조원들은 모처럼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밥과 국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도 작업반장 아주머니가 배식대 앞에 서서 직접 국과 밥을 퍼 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며 얼굴에 희색이 가득했다.

 남은 모내기전투기간 내내 오늘 같은 날만 계속 되면 얼마나 좋을까? 국그릇과 밥그릇을 씻어 엎어놓은 탁자 앞에서 큰그릇을 골라잡은 1분조원들은 작업반장 아주머니가 서 있는 배식대 앞으로 다가가서는 서로들 아는 체를 했다.

 『어마나! 아주머니 오늘 배식 일 맡는 날이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