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는 자와 쫓기는 자(40)

 오후 4시가 넘어 있었다. 겨울철 같으면 어둠이 깔려 올 시각이었다. 그런데도 새금천장마당은 붐볐다. 봄날의 긴긴 해가 기울고 서녘 하늘에 검붉은 낙조가 깔려와도 인민들은 집에 들어갈 생각을 잊고 있었다. 노천 좌판이나 비바람을 막기 위해 가설건물을 만들어놓은 점포 주변에는 더욱 사람이 끓었다. 장을 보러 나온 인민들은 삼삼오오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웃고 소리쳤고, 강냉이떡이나 지짐을 부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부르며 호객행위를 하는 중년 아낙들의 얼굴에는 예전에 볼 수 없던 활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한 달에 세 번씩 열리는 금천읍 농민시장보다 더 인민들이 몰려드는 것 같았다. 박중위는 무언가 이상한 듯 안전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장마당에 왠 인민들이 저렇게 몰려 있습네까? 무슨 결의대회가 있었습네까?』

 안전원은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 장마당은 오후가 되면 늘 이렇게 복작거립네다.』

 『기래요?』

 박중위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안전원을 바라보았다. 안전원은 그 원인을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잠시 난감한 빛을 보였다.

 『근본적인 원인은 당에서 운영하는 국영상점과 협동단체 상업망이 인민들이 필요로 하는 생활필수품을 제때에 공급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기렇습네다.』

 『기럼 당에서는 여태 기런 것도 모르고 있습네까?』

 『아니지요. 저기 있는 정 아바이 같은 세포 동지나 리 인민위원회 같은 데서 장마당 때문에 골치가 아파 여러 차례 보고도 했었지요. 기렇지만 국영상점이나 협동단체 상업망이 공화국 사회의 만성적인 물자부족현상을 해결해 주지 못하니까 당에서도 인민들 스스로 해결하라는 식으로 초기의 단속정책을 포기해 버렸지요.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당의 결정이나 지시사항들을 지켜보면 아시겠지만 우리 안전원들은 이 장마당에 대한 당의 결정 지시사항들이 문건으로 내려올 때마다 난감해질 때가 많습네다. 너무 기복이 심해서 말입네다….』

 안전원의 이야기를 들으며 박중위를 따라가던 정 아바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장마당의 치안과 질서를 유지하는 안전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당의 결정 지시사항들은 기복이 심하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정 아바이는 조국이 남과 북으로 갈라져 고착되던 1946년을 더듬었다.

 그해 8월10일 당은 「주요 산업 국유화 법령」을 발표하면서 상업의 일부를 국유화시켰다.

 그러나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던 빈농들이 토지개혁에 대한 법령 발표 이후 무상으로 토지를 부여받아 갑자기 무산자에서 유산자로 바뀌고, 이들이 생산한 일부 농산물이 시장으로 출하되어 자유롭게 처분되고 있던 실정이라 당시 공화국 내의 모든 시장은 주요산업국유화 법령이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방 전처럼 거래가 활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