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3)

 『네. 여럿이 꼭 붙어 자니까 춥지 않습디다. 편히 주무셨습니까?』

 인화는 작업반장 아주머니한테 공손히 인사를 한 뒤 제일 먼저 용변을 보았다. 그녀가 용변을 마치고 나오자 서로 싸워대던 분조원들이 아침운동 복장으로 방을 나왔다. 그들은 위생실 앞에서도 서로 먼저 들어가려고 티격태격 싸워댔다. 인화는 그런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다 노경희가 방장으로 있는 뒷집으로 건너갔다.

 뒷집에서 자고 있는 분조원들은 그때까지도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인화는 그들을 흔들어 깨웠다. 모내기 전투가 하루하루 더 힘들어지자 분조원들은 아침만 되면 모두들 병자처럼 앓는 소리를 내며 아침운동과 마을청소 하러 나가는 것을 귀찮아했다. 그러나 그런 것을 귀찮아하며 불참해 버리면 작업반별 경쟁에서 제31작업반의 총화점수가 뒤떨어지게 되었다. 남한테 지기 싫어하는 인화는 그런 것조차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녀는 남보다 10여 분 먼저 일어나 앞 뒤 집을 오가며 분조원들부터 깨웠다.

 중당리협동농장 모내기전투대 제31작업반 학생대표 겸 1분조장 곽인화의 하루는 매일 아침 이런 식으로 시작되었다. 오늘 아침도 마찬가지였다. 앞 뒤 집에서 자고 있는 분조원들을 모두 깨워 용변을 보게 한 뒤 그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해 준 주인집 마당부터 쓸게 했다. 10명의 분조원들은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인화의 말에는 불만 없이 따라 주었다. 앞집과 뒷집의 마당을 다 쓸고 골목길까지 쓸고 있을 때 선전교양실에서 아침체조시간을 알리는 음악을 내보냈다. 그들은 쌀쌀한 아침공기를 입김으로 후후 불어대며 마을회관 앞으로 달려갔다.

 마을회관 앞에는 4개 작업반 소속 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인화가 학생대표를 맡고 있는 31작업반과 윤명희가 대표를 맡고 있는 32작업반은 여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33작업반과 34작업반은 남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매일 아침 늦잠을 자다 체조시각에 지각하던 남학생들이 오늘은 어쩐 일인지 운동복 차림으로 먼저 내려와 장난을 치며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헐레벌떡 뛰어오는 여학생들을 보며 저희들끼리 낄낄거리고 있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서로 잘했다고 아옹다옹 말싸움을 해대던 박성실이와 정미호가 선전교양실 앞에 우우 모인 남학생들을 보고는 그만 조용해지며 자신들의 옷매무새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우스운지 분조원들의 후방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배영순이가 입을 삐쭉거리며 흉을 보기 시작했다.

 『야, 너희들 갑자기 왜 그렇게 얌전해지네? 남학생들 앞이라 기러네?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이….』

 인화는 입을 삐쭉거리는 배영순과 뒷집 방장 노경희에게 아침체조에 참석한 학생들의 이름을 적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31작업반 소속 5개 분조원들을 5열 종대로 정렬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