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는 자와 쫓기는 자(39)

 박중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프 뒷좌석에 앉아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인민반장이 또 깊은 한숨을 쉬었다.

 『기것 참, 두부나 만들어 팔지 그 왜 군인동무들을 집안으로 불러들여 이런 일까지 벌어지게 할까?』

 인민반장은 깊은 절망감에 잠긴 표정으로 지프에서 내렸다. 일행 세 사람은 인민반장을 앞세우고 저벅저벅 강영실 동무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집은 비어 있었다. 문중위는 예감이 이상한지 신발도 벗지 않은 채 방으로 들어가 가택수색을 시작했다. 박중위는 권총을 빼들고 뒤란 쪽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살벌해지는 분위기가 이상한지 안전원이 반장을 보고 물었다.

 『정 아바이 어드렇게 된 겁네까?』

 『길쎄, 집에 없으면 장마당에 나간 것 같은데…. 평소 오전에 두부를 만들어 오후에는 장마당에 내다 파니까니 말입네다.』

 안전원은 난감한 듯 불안감을 보였다.

 『혹, 저 사람들이 온다는 걸 알고 미리 달아난 것은 아니오?』

 『내가 아는 강영실 동무는 절대 기런 사람이 아닙네다. 집에 없으면 장마당으로 가보시라요.』

 인민반장은 오전에도 강영실 동무와 성복순 동무를 실개천 다릿거리에서 보았다며 자기 말을 믿어 달라고 했다. 안전원도 인민반장의 진지한 표정 앞에는 더 할말이 없는 듯 방안을 수색하고 나오는 문중위 곁으로 다가가 오전까지 그들이 집에 있었다는 말을 전해 주었다. 문중위가 다시 물었다.

 『이 에미나이들이 나가 있는 장마당이 여기서 멉네까?』

 안전원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지프로 20여 분 정도 달려가면 닿는 거리라고 설명했다.

 『어카면 좋으네?』

 뒤란을 돌아보고 나오는 박중위를 향해 문중위가 물었다. 박중위는 빼 든 권총을 옆구리에 꽂으며 방안을 수색한 결과를 물었다. 방안 정황을 봐서는 어디 먼 곳으로 달아난 것 같지 않다고 문중위가 말했다. 박중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렇다면 장마당으로 가보자우.』

 문중위는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데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곽인구에게 연정이 담긴 쪽지를 보낸 장본인이 누구라는 것까지 밝혀 냈는데 설마 놓치기야 하랴 싶어 마음을 고쳐먹었다.

 『기래, 박중위 생각대로 장마당에나 나가보자우. 신원을 확인해 놨으니 설마 내일까지야 못 잡갔어?』

 문중위가 억지로 웃음을 보이며 지프에 올라탔다. 박중위는 인민반장과 안전원까지 대동하고 바로 장마당으로 달려갔다. 토산군으로 넘어가는 새 도로를 따라 20여 분 정도 달려가니까 안전원이 설명하던 새금천장마당이 나타났다. 박중위는 새금천장마당 초입에 지프를 세우고 저만치 떨어진 장마당 정경을 바라보다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