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2)

 저 간나는 간밤에 무어, 못 먹을 걸 처먹었나 왜 눈뜨자마자 상말일까, 꿈자리까지 뒤숭숭한 판에?

 성실이는 계속 쏘아보는 정미호를 지켜보다 그만 언성을 높였다.

 『너 지금 나한테 에미나라구 기랬니?』

 『기래. 에미나가 어케 잠버릇이 그 모양이냐고 기랬다. 왜?』

 박성실이가 또 한번 말을 받아넘기자 정미호가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성실의 곁으로 다가앉으며 가시눈으로 달려들었다.

 『기럼 넌 무에야? 넌 에미나 아니고 턱주가리 수염이 시커먼 청짜네(머슴애냐)? 왜 아침부터 상말이야? 내가 뭐 어케 했는데 아침부터 상말이냐구 이 에미나야!』

 정미호가 눈에 사열을 뿜으며 시근덕거리자 박성실이도 너 잘 만났다는 듯 밤새 쌓인 불만을 쏟아놓았다.

 『나, 어젯밤 허리 아파 잠도 못자고 앓고 있는데 너 왜 무쇠통 같은 다리목쟁이 내 허리 위에 올려놓고 옴냐옴냐 잠꼬대하네? 이 잠버릇 더러운 에미나야, 그 통에 잠 한숨 못 잤단 말이야.』

 정미호는 미궁 속을 헤매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시근덕거리며 퍼붓는 박성실이를 지켜보다 그만 머쓱한 표정이 되었다. 내가 정말 박성실이 허리 위에 다리를 올려놓았을까? 정미호가 간밤의 기억을 더듬으며 잠시 주춤하자 박성실은 더 기고만장한 얼굴로 정미호를 몰아붙였다.

 『기카구 내가 싫다고 하는데 왜 자꾸 달라붙으며 껴안구 옴냐옴냐 입질까지 하느냐구, 이 징그러운 에미나야?』

 『이 에미나 말하는거 봐. 다리 아파 몸부림좀 친거 가지고 달라붙으며 껴안다니. 내가 언제 너한테 달라붙으며 옴냐옴냐 입질까지 했는지 증거 있으면 내놔 봐. 혼자만 지껄이지 말고.』

 가만히 듣고 보니 모내기전투가 힘들어서 몸을 뒤척거리며 괴로워 한 것이 화근인 것 같았다. 인화는 그제야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실이와 미호는 그 때까지도 시부렁거리며 서로 성깔을 부리고 있었다. 그래도 방은주와 배영순은 꼭 껴안은 채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인화는 방은주와 배영순을 깨운 뒤 박성실이와 정미호에게는 그만 하라고 타일렀다.

 『야, 너희들은 만나기만 하면 왜 기러니, 아침부터? 그러잖아도 힘들고 피곤해 죽겠는데.』

 방은주가 잠이 부족한지 입이 찢어질 듯 하품을 하며 짜증을 내었다. 인화는 그때까지도 일어나지 않는 배영순을 다시 한번 흔들어 깨운 뒤 먼저 방을 나왔다.

 뺨에 와 닿는 아침 공기가 5월 날씨답지 않게 차기만 했다. 그녀는 찌뿌드드한 허리와 팔다리를 몇 번 주물러 준 뒤 잿간 옆에 있는 재래식 위생실(변소간)로 달려갔다. 그때 작업반장 아주머니가 용변을 보고 나오면서 물었다.

 『간밤에 방은 춥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