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는 자와 쫓기는 자(38)

 그러나 문중위는 지금 방에 들어갈 시간이 없다면서 계속 고압적인 자세로 탐문했다.

 『며칠 전에 군인 화물차가 여기 들어온 일 있지요?』

 『나는 보지 못했는데 집에 있던 우리 로친네가 그런 일이 있었다고 했시요. 낮에 와서 쉬다가 저녁때 갔었다는 말을 들었시요….』

 박중위가 문중위를 쳐다보며 눈을 찡긋했다.

 이봐, 문중위. 우리의 유랑은 이제 끝났네. 빨리 가서 체포하게. 내 직감으로는 성복순 에미나이가 련애질 쪽지의 주인공이 틀림없을 것 같네….

 나도 마찬가질세, 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문중위는 허리에 차고 있던 수갑과 권총을 확인했다.

 『정 아바이, 어서 앞장 서기요. 그 려성동무들 중대한 과오를 저질렀소.』

 분주소 안전원이 문중위와 박중위의 거동을 살피며 대신 말해 주었다. 인민반장은 방으로 들어가 식량배급표를 챙겨 놓고 다시 마당으로 나왔다.

 『가기요.』

 안전원이 굽실거리는 표정으로 말했다. 문중위와 박중위는 인민반장과 안전원을 지프에 태우고 강영실 동무의 집으로 향했다. 실개천 옆에 나와 먹이를 찾던 개들이 지나가는 지프를 보고 컹컹 짖었다. 남새밭에 엎드려 봄배추를 솎아내고 있던 노인들이 고개를 들고 개들이 짖어대는 곳을 바라보다 관심 없는 듯 다시 텃밭 가꾸기에 열중했다.

 『저어기, 언덕 밑에 있는 저 집입네다.』

 인민반장이 강영실 동무의 집을 가리켰다. 문중위는 강영실과 성복순 용의자가 인척 관계도 아니면서 한집에서 동거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는 다시 물었다.

 『강영실 동무는 어드런 사람입네까?』

 『전연지대 순직자 안해였소만 지금은 가내부업을 하며 혼자 살고 있습네다.』

 문중위는 가내부업이란 말이 너무 광범위하게 느껴져 되물었다.

 『구체적으로 집에서 무슨 부업을 합네까? 뭘 만들어 장마당에 내다 팔기도 합네까?』

 『기렇시오. 두부와 묵을 쑤어 장마당에 내다 팔기도 하고….』

 『성복순 에미나이도 같이 합네까?』

 인민반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강영실 동무가 매월 일정액씩 돈을 찔러주어 모른 척하고 눈을 감아주고 있었는데, 그런 사실이 드러나서 보위부에 끌려갈까 봐 지레 겁을 먹고 있었다. 보기가 딱한 듯 안전원이 반장의 뺨에 얼굴을 갖다대며 입속말로 속삭였다.

 『정 아바이는 분주소장 동지가 봐 드릴 테니까니 걱정 말기요.』

 지프는 실개천을 건너서 언덕 밑 공터 옆으로 다가갔다. 강영실 동무의 집이 다가오자 문중위가 박중위를 바라보며 도움을 청했다.

 『강영실이란 에미나이도 동범(공범)같으니까니 동무는 그 에미나이를 체포해. 나는 성복순 에미나이를 체포할 테니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