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는 자와 쫓기는 자(37)

 박중위가 차의 속력을 높이며 물었다.

 『젠장,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식으루 탐문수사를 계속해야 되는가?』

 『곽인구에게 쪽지를 쓴 에미나이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해야디 별 수 있는가?』

 『월암리에 살고 있는 성복순 용의자는 어드런 에미나이야?』

 문중위는 손수첩에 적혀 있는 성복순 용의자의 개인 신상기록을 살펴봤다. 공민증 특별기록란에 적혀 있는 그녀의 신상 자료는 초기근무사관(만기복무기간이 지나도 제대를 시키지 않고 국가가 추가복무를 시키며 우대해 주고 있는 특수병과 기술사관)으로 복무하다 전연지대(군사분계선 지역의 최전방지대)에서 순직한 고 김영달 상사의 미망인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사는 곳은 월암리 5반이었다. 나이는 27세였고, 자식은 없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직장은 다니지 않았다. 함께 동거하는 강영실이란 순직자 안해와 함께 두부를 만들어 장마당에 내다 파는 가내부업여성으로 신고되어 있었다.

 문중위는 월암리분주소로 들어가 금천군 보위부가 심어놓은 정보원과 함께 월암리 5반 인민반장을 찾아갔다. 민가 다섯 가구당 당원 세대주 한 사람을 최일선 선전선동원으로 책정해, 그 당원 세대주 5∼6명을 1개 인민반으로 조직해 집단 공동체 생활이 가능하게끔 행정조직을 구성해 놓았기 때문에 인민반장은 자기 반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문중위와 박중위는 공화국 사회의 이런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므로 일선 공안조직과 행정조직의 정보만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뭐 합네까?』

 분주소 안전원이 5반 인민반장 집으로 들어서며 인사했다. 방문을 열어놓고 동사무소에서 갖다준 식량배급표를 맞춰 보고 있던 인민반장이 끼고 있던 돋보기를 벗으며 바깥을 내다보다 급하게 방을 나왔다.

 『식량배급표가 나와서…. 연락도 없이 웬 일입네까?』

 5반 인민반장이 뒤따라 들어오는 문중위와 박중위를 바라보며 당황하는 빛을 보였다. 분주소 안전원은 순간적으로 어색해지는 분위기를 전환시킬 듯 두 사람을 인민반장에게 소개하며 찾아온 목적을 설명해 주었다. 5반 인민반장은 뭔가 뒤가 켕기는 게 있는 듯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 려성동무들이 무슨 일이라도 저질렀습네까?』

 문중위는 직감적으로 뭔가 지피는 게 있어서 넘겨짚었다.

 『식량을 수령하러 나온 전연 복무 운전사관에게 련애질 쪽지를 보내며 꼬리쳤습네다. 그 에미나이 어디 삽네까?』

 『기것 참! 내가 알아듣게 수차 타일렀는데…. 큰일이군, 큰일.』

 인민반장은 큰 근심덩어리를 짊어진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어대다 일행을 향해 방으로 들어가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