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1)

 소쩍 소쩍 소 솥쩍….

 빠끔하게 뚫린 봉창 문 뒤쪽에서 소쩍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모로 누워 새근새근 숨을 몰아쉬다 인화는 눈을 떴다. 그새 날이 밝았는지 방문이 훤하게 보였고, 누른 창호지 문을 뚫고 방안까지 스며 들어온 여명이 방안에 괸 어둠을 밀어내고 있는 것 같았다.

 꼬꼬댁 꼬꼬꼬….

 뒷집 닭이 알을 낳았는지 시끄럽게 울어대는 소리가 또 들려왔다. 푸릉푸릉 날아다니며 부산하게 지저귀는 새들의 날갯짓 소리도 끊임없이 들려 왔다. 아야야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인화는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보았다. 5시35분이었다.

 다른 날 같으면 이미 일어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10분만 더 누워 있자 하며 그대로 누워 있었다. 모내기전투를 위해 집을 떠나와 중당리(中堂里) 사민부락에서 아침을 맞은 지도 어언 열흘째가 되었다. 처음 2∼3일은 피로한 줄도 모르고 오직 다른 작업반에 뒤져서는 안 된다는 일념으로 종횡무진 뛰어다녔는데 이젠 온몸이 쑤시고 손끝과 발끝까지 아파서 꼼짝달싹하기도 싫었다. 인화는 아랫배를 뻐근하게 조여오는 요기를 느끼면서도 잠자리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

 밥도 먹지 않고 하루 종일 잠이나 실컷 잤으면 좋겠다. 어떻게 이렇게 팔다리가 쑤시고 온 몸이 천 근 무게로 내려앉을까?

 곁에 할머니가 계시면 온몸이 쑤시고 아파 못 견디겠다고 어리광이라도 부려 보련만 그녀 곁에는 함께 동고동락하고 있는 분조원들 뿐이었다. 그녀는 날이 밝았는데도 일어날 생각도 없이 단잠에 빠져 있는 방은주와 배영순을 지켜보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다 큰 여학생들이 집을 떠나와 남의 집에서 잠을 자는데 어떻게 저렇게 누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 몸부림까지 치며 단잠을 잘 수가 있을까?

 잠꼬대까지 해대며 배영순의 품속으로 파고드는 방은주를 쳐다보다 인화는 혼자 쿡 웃었다. 그때 그녀의 왼쪽에 누워 있던 박성실이가 인화를 와락 껴안으며 비명을 질렀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목숨만 살려주세요.』

 인화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성실이를 흔들어 깨웠다.

 『성실아! 왜 그래?』

 인화가 서너 차례 흔들자 박성실이가 눈을 떴다. 그녀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치며 후 하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자신이 어디론가 끌려가는 꿈을 꾼 것 같다고 했다. 인화의 다급한 목소리에 놀라 덩달아 일어난 정미호가 심통이 나는지 퉁퉁 부운 얼굴로 성실이를 쏘아봤다.

 『야, 넌 에미나(계집애)가 어케 잠버릇이 그 모양이네?』

 악몽에 놀라 새가슴을 하고 있던 성실의 표정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온 전신이 쑤시고 아파 짜증스러워 죽겠는데 정미호가 뱁새눈으로 쏘아보며 시비까지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