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에 박힌 소재와 정해진 표현공간, 그리고 2차원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롭고 미래지향적 미술 영역을 찾아나서는 길은 언제나 자유스럽고 신비스럽다.
 미술하면 동양화나 서양화 혹은 조각과 판화 같은 기존의 장르만을 떠올리는 관객들에게 영상미술에 대한 이해와 새로운 미술적 체험을 안겨줄 아주 특별한 미술축제가 19일 개막된다.
 인천시민과 전국의 미술인들을 상대로 지역을 대표하는 영상미술축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2003 인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운영위원장·강하진).
 올해는 오는 31일까지 수봉공원의 인천문화회관 전시실과 소극장, 그리고 회관주변에서 전국 각지에서 초청된 38명의 영상미술작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어느 때 보다 알차게 열린다.
 디지털, 영상, 첨단매체를 이용해 현대미술을 추구하는 작가들 모임인 ‘인천영상미술연구회’에서 ‘인천영상미술제’라는 이름으로 1998년부터 치러온 이번 축제의 주제는 춤추는 빛(1998년), 레고(2000년), 문화식민지(2002년)에 이어 ‘신체적 풍경’이다.
 전국의 작가들을 한데 모아 ‘2003 인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선보여지는 이번 축제는 흔히 컴퓨터, 인터넷, 정보화 등으로 요약된 현대의 커뮤니케이션 혁명이 제시하는 미래의 문화적 변용을 수용하고 일반인들에게 미술적 시각을 넓혀준다는게 가장 중요한 전시 배경이다.
 현대 미술양식을 선도해가는 장르들로 영상, 테크놀러지 아트로 불리는 영상미술은 시간이 지날 수록 어느 장르보다 다양하게 전게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
 일반적으로 ‘디지털 사진’ 장르와 ‘영상퍼포먼스’, 영상에 설치미술을 가미한 ‘싱글채널’, 그리고 설치영상을 중심으로 한 ‘인스톨레이션 비디오아트’와 센서를 이용한 ‘인터렉티브 비디오아트’ 등 5∼6개의 형식상의 경향으로 나뉘어 진다.
 올해 대회는 개막일 오후 5시 인천문화회관 현관에서 펼쳐지는 영상퍼포먼스를 시작으로 회관 1·2전시실과 소공연장, 그리고 이 일대에서 다양한 부대행사들과 함께 펼쳐질 예정이다.
 ‘2003 인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의 가장 중요한 관람 포인트는 역시 네 개의 소주제들이다.
 그 첫번째는 ‘현실과 사물들에 대한 의심’(doubt)에서 시작한다. 공성훈, 김재화, 김창겸, 서정국, 안수진, 안현숙, 최재훈, 양승수 등의 작가들이 환영(illusion)과 실재(real)의 간격들을 문제삼으며 둘 사이의 경계를 허물려는 작가적 의지를 선보인다.
 두번째 소주제는 강신덕, 김병직, 김홍희, 박경주, 박정선, 서용준, 오용석, 손홍근, 한준희, 이우숙, 정정주 등이 참여하는 ‘풍경들에 대한 신체성의 개입’(intervention).
 김병직의 ‘여행가방 속에 들어간 몸’이나 실내와 실외의 풍경이 교차하며 관통하는 정정주의 ‘봄’(vision)등을 통해 풍경들이 제 스스로 독존할 수 없다는 순리를 관객들에게 깨우쳐 준다.
 또 셋째로 ‘풍경과 풍경의 얽힘’(hinge)에서는 안상진의 ‘복합인간’, 조근직의 ‘360도 회전노출 촬영’, 조영아의 ‘기원을 불러 냄’ 등을 비롯해 강은수, 강선미, 강혁, 박황재형, 임기성, 정진아 등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풍경 속으로, 풍경으로부터 드러나고 싶은, 혹은 내속에 있는 욕망’(desire)이라는 네 번째 소주제에서는 배동환의 유영이나 이탈의 육체성, 그리고 김인태, 김명신, 차경섭, 이중재, 한계륜 등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이 작품의 표현 너머에서 감상할 수 있는 또 다른 미술적인 체험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함께 소주제와는 별도로 진행되는 행위예술로 몸을 화두로 비망록 적인 흔적을 고스란히 기록하고자 하는 방효성의 작품이나 ‘경험되어지는 나’를 통해 자신을 객관화하는 변영환의 퍼포먼스는 생소한 장르로 느낄진 모르지만 새롭고 경이적인 미술적 접근을 가능케 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원구기자> jjlwk@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