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미도 등대지기 허근 소장(59)은 내년이 정년이다. 그는 등대의 유일한 벗으로 30여년간 컴컴한 밤바다를 환하게 밝혀왔다.
 “옛날 등대엔 테레비까지 있었어요.” 허 소장은 30여년전, 그러니까 1970년대 등대에는 TV까지 있었다며 등대자랑을 늘어 놓는다. 도시에 조차 TV가 귀하던 시절, 외딴 섬에 TV가 있었다는 건 의외였다. 그러나 TV가 생활의 전부는 아닐 터.
 “발전기 충전이 제일 힘들었지요.” 허소장이 등대지기를 시작할 무렵 가장 고역인 것은 등대불을 밝히기 위한 발전기 충전이었다. 한겨울, 새벽4시에 일어나 물을 끓이고 그것을 발동기에 붓고, 발동기를 12시간정도 돌리고 나서야 비로소 등대불을 밝힐 수 있었던 것. “그 때는 배도 잘 안다니니까 기계가 고장나거나 물자가 떨어져 발만 동동 구를 때도 있었지요.”
 육체적 어려움은 그러나 외로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생각해 보세요. 피가 철철 끓는 나이에 외딴 섬에서 살아야 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다행히 그는 가족과 함께 들어와 있었으므로, 그나마 외로움을 이겨 냈다고 말한다.
 허소장은 ‘인천지방해운국’에 1971년 들어온 뒤 ‘부도’에서 등대지기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선미도 팔미도 소청도 목덕도 안도 등 줄곧 인천 근해섬에서 등대지기 외길을 걸어왔다. 그는 요즘에도 새벽 5시면 눈을 뜬다. 여기 저기 시설을 점검하고 일몰, 일출 때 등탑의 불을 켜거나 끄는 게 그의 일이다.
 조만간 신축등탑에 자리를 내어 줄 ‘팔미도등탑’의 불빛과 그의 시선이 바다 저 멀리, 한 곳을 바라본다. 그의 눈가에 뿌연 안개가 어린다.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