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남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
 송두환 대북송금 특별 검사가 지난 20일 수사기한 연장 승인 요청서를 대통령에게 보냈다. 언론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청와대의 기류는 연장 승인을 불허하는 의견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 공포가 지지층의 의견에 반하는 결정이었는데 두 번씩이나 그렇게 하긴 어렵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도 보도되었고, “연장 불허 70%, 연장 승인 30% 정도의 기류로 보면 된다”는 대통령의 한 참모의 말도 보도되었다.
 지난 21일 송두환 특별 검사와 대통령이 만난 자리에 배석했던 문희상 비서실장은 수사 막바지에 불거진 150억 수수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특별 검사의 요청에 부정적인 발언을 하였다. 특별 검사가 수사할 일이 아니라 검찰에서 수사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수사 기한 연장의 승인이냐 아니냐가 지금은 결정된 것이 없지만 곧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정이 어떻게 되든 미숙하게 일을 처리했다는 평가를 듣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대북 사업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특검법을 공포하여 수사를 한 것 자체가 미숙한 일이기 때문이고, 더 나아가 이왕 시작한 수사를 중도에서 멈추게 하는 것은 더욱 미숙한 일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특별 검사의 수사가 남북 교류와 평화 통일의 시대적 흐름에 장애가 되지 않았는데 수사가 진행되니 장애가 된다는 말인가? 청와대는 그 정도의 정치적 판단도 못한 채 특검법을 공포했단 말인가? ‘특별 검사가 수사를 알아서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하겠지’라는 생각이라도 했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만일, 이런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였다면 정말 무책임한 일이다. 그러나, 더욱 무책임한 것은 150억 원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시점에서 수사 연장 승인을 거부함으로 수사를 막는 일이다. 이 상태에서 검찰이 수사를 하게 된다면 야당의 정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고, 검찰 역시 오해를 받을 것이 불 보듯 자명한 일이다. 시작했으면 끝까지 가는 것이 올바른 일이다. 국민들을 존중하는 일이다.
 특검의 수사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청와대는 참여 정부가 국민들에게 조금의 숨김도 없는 정정당당한 정부라는 것을, 국정의 중대한 사안을 과거의 많은 정치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국민들과 함께 하는 깨끗한 정부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사실을 있는 그대로 규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사실이 늘 진실인 것은 아니다. 평화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통일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몇 가지 드러난 사실로 규명하려는 시도는 매우 위험하다. 그러한 의도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드러난 사실은 보이지 않는 가치의 진실을 가릴 것이기 때문이다. A라는 사실과 B라는 사실의 결과가 반드시 AB인 것은 아니다. 전혀 새로운 가치인 C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한반도의 평화의 가치를 4,000억 원이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자금으로 북한에 전해졌느냐 아니냐 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더욱이 150억 원을 누가 받았느냐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할 말이 없다. 이미 시작한 수사이니 사실을 명명백백히 규명해야겠지만 이 수사가 이미 국민들의 마음 속에 쌓아 올린 평화의 가치를 해치게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이나, 북핵 사태로 인한 긴장의 상태에서도 흔들림 없이 평화를 지켜가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특검법의 공포와 수사를 지켜보며 참여 정부를 지지했던 한 지식인의 말이 생각난다. “미숙한 것은 보수적인 것보다 더욱 나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