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우답 이윤규 경기경실련 정책위원장/경기대 교수
 직설적인 화법으로 ‘재계의 입’ 역할을 해온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이 4월 18일 대한상의 주최 조찬간담회에서 연사로 초청된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의 강연이 끝나고 질문이 뜸하자 강 위원장에게 “노사문제 등을 이유로 불매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들이 많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것도 불공정 행위라고 보는데 공정위의 시각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한 강위원장의 대답은 “생각해 보지 못한 질문이다. 불공정행위 여부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고 하니 박회장이 “잘도 피해가신다”고 응수해 좌중엔 폭소가 터졌다.
 위의 내용은 동아일보 4월 19일자에 보도된 기사로 조찬간담회에서 있었던 공정거래위원장의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와 관련한 주요정보공개 확대, 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활성화, 독과점적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강화등과 관련한 입장에 박회장이 우회적으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볼수도 있겠다.
 이 기사를 읽고 난후 좌중이 너무 딱딱하여 아마도 분위기를 풀려고 두 사람이 선문답을 한 것이려니 생각도 하였다. 그러나 언론의 힘이 얼마나 큰가? 일단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두 사람의 대화는 우문우답으로도 해석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폭소가 터질 대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노사문제 등을 이유로 불매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의 행위는 불공정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정거래나 불공정거래의 범주에 속하는 사안은 경제력집중(기업결합)이나 시장지배지위 남용, 부당한 공동행위, 부당한 내부거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 등에 관한 것이다. 노사문제와 관련하여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이 불공정 행위가 아닌가라는 질문은 이 때문에 좌중의 긴장을 풀기위하여 던진 것이 아닌가 싶다. 어리석은 질문을 이 나라 대기업의 총수가 할리 없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여기에서 시민단체의 불매운동은 기업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더불어 살아가야할 소중한 파트너로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당연하게 노사관계의 질(質)을 따져 사회적으로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social investment) 것이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있는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 개념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기업의 사회성을 평가하고 이에 근거하여 투자하는 일이 보편화되어 있다. 분식회계나 하는 기업에,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법에 보장된 노조의 권리를 무시하고, 여성에 대한 고용을 차별화하고, 작업환경이 열악하며, 종업원의 복지에 전혀 관심이 없는 거대기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리더쉽을 발휘하기 보다는 회사 돈을 빼돌려 부당한 거래를 하기 바쁜 재벌총수에게 소비자가 시민단체가 무슨 힘으로 부당하다고 얘기할 것인가?
 앞으로 시민단체의 불매운동은 단지 노사문제에만 국한되어서는 안된다. 시민단체는 내부지분율, 경영의 세습상태, 상호출자, 탈세, 사치품수입, 불성실공시, 환경경영의지, 과대포장, 장애인 고용, 고령자 고용, 지역사회 및 시민단체 지원, 제조결함, 광고의 진실성, 연구개발투자 등 그야말로 광범위한 분야의 사회적 정보평가를 통하여 지속적으로 집중적으로 불공정한 기업이 설곳이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토록 정부나 기업이 주장하는 선진경영환경은 바로 사회적으로 우수한 기업이 존재하는 환경을 의미하는 것이다. 어느 선진국에서 노사문제와 관련해 소비자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를 보고 불공정행위를 한다고 하는가?
 어느 개인의, 어느 단체의, 어느 기업의 주장이 다 맞거나 다 틀릴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리더의 의식은 보통사람들 보다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나라를 움직이는 리더들은 한 번쯤 자신이 말을 내뱉기전에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판단해 주기 바란다. 우리같은 소시민들은 오로지 그러한 리더들의 진정한 리더쉽에 우리의 삶을 의탁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