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의 ‘성곽 등 테마 박물관’ 건립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난맥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해도 무리가 없을 듯싶다. 추진과정을 들춰 보면 볼수록 문제점이 연이어 드러난다. 사업의 중대성에 비춰 그나마 준비단계에서 이런 사실들이 밝혀진 것을 차라리 위안으로 삼아야 할 정도이다.
 현재 이 사업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문제의 요지는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무계획적인 사업이라는 점이다. 사실 이 사업은 수원시의 설명처럼 ‘꼭 필요한 사업’임에 틀림없다. 성곽도시라는 수원시 특징을 살려 역사 교육의 장으로 삼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재정수입까지 올리겠다는 발상만은 탁견이라 해야 할 것이다. 설령 이렇다 해도 사업 추진과정이 제멋대로 인 것까지 용인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수원시는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거쳐야 할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시장이 바뀌어 사업내용을 변경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더군다나 전임 시장의 역점사업이라 해도 잘못이 있다면 수정하고 개선하는 것을 문제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굳이 변경해야 한다면 새로운 사업내용이 타당한가를 검토해야 하는 것은 상궤인 것이다. 그렇건만 수원시는 이 사업을 놓고는 관련부서간 협의조차 거치지 않았다. 부지와 관련된 자문위원들의 이견제기로 연구용역도 중단된 상태다.
 사정이 이러하니 중앙정부와 경기도에 제출한 사업계획서가 사실과 맞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중앙정부의 현장실사도 전혀 엉뚱한 곳에서 이뤄졌다. 수원시가 국고 확보에만 연연해 첫 단추를 잘못 꿴 탓에 상부기관인 경기도와 중앙정부까지 줄줄이 장님 신세가 된 셈이다. 이럴 진데 정작 수원시는 잘못한 게 없다는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역사와 관련된 사업일수록 추진기관이 신중하고 치밀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점에서 수원시는 이제라도 문제개선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사업부지 확보와 타당성 조사부터 다시 시작해야 함은 물론이다. 급조하려 하기보다는 제대로 된 역사교육의 장을 만들겠다는 사명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