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용 인하대 강사
 노무현대통령이 11일 미국방문길에 올랐다. 이번 회담은 관례적인 한미 정상간의 첫 만남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급박하게는 이라크 전쟁과 같은 미국의 강경정책과 한반도에서의 북·미간의 대결구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근본적으로는 한미동맹 50년을 맞이하여 서로간의 동맹관계에 대한 의구심이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도 서로가 서로에 대해 확인하고 검증하고 싶은 것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미국은 노무현대통령의 방문을 어떻게 볼 것인가? 미국은 궁극적으로 두 가지 물음을 갖고 있다. 첫째, 노무현 정부는 반미정부인가? 미국측은 노 대통령이 반미분위기 속에 당선됐고 지지자들이 반미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한 노 대통령이 선거 기간중의 북핵문제에 대해 북핵저지보다는 전쟁불가쪽을 강조한 것에 대해 우려하는 것 같다. 즉 노무현정부의 탄생은 결국 한국에서의 반미분위기가 심화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전쟁 비전투병파병 결정에 대해 생각이상의 놀라움과 고마움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노무현 정부는 북핵문제에 대해 민족공조와 한미공조 중 어느쪽을 택할 것인지를 알고 싶을 것이다. 한국은 미 부시행정부가 들어서 대북정책이 너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이상으로, 한국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그 근본이유는 미국이 노무현 정부 뿐만아니라, 오피니언 리더부터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위기의 원인이 북한보다는 미국쪽에 있다는 시각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에서 보았듯이 남들이 뭐라하든 미국은 그들의 길을 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북핵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내에서 중재자 역할론을 재기했을때 미국은 ‘한국이 과연 동맹국인가’ 하는 의구심을 품게됐다. 일본의 한 정치학자는 이러한 이유로 미국은 더 이상 북한문제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개의치 않을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필자는 이러한 미국의 생각에 대해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외교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국가이익을 내는 것이라고 한다면 미국은 아직 우리에게 중요한 동맹이다. 첫째, 싫든 좋든 우리의 경제는 미국에 의존되어 있다. 수출, 수입, 금융 모든 분야에 걸쳐있다. 한미간의 껄끄러운 관계는 당장 우리 경제전반에 얼마나 많은 파장을 일으키는가?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도 사실상 없다. 둘째, 미국이 냉전시기에 비해 그 힘이 약해졌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적어도 수십년간은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 할 것이다. 이라크에 대한 반전을 외쳤던 독일, 프랑스가 외교적 경제적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으며, 결국 미국에 대해 사실상 정부차원의 사과성명까지 내지 않았는가? 분단되어 있는 한국으로서는 우리 안보의 지상과제인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통일을 위해서는 현실적 미국의 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을 방문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소위 ‘코드’가 맞지 않는 부시행정부와 만나게 되어있다. 힘의 논리와 현실주의를 굳게 믿는 그들과의 타협의 여지는 별로 없다. 우리는 2001년 3월의 부시-김대중 전대통령간의 한·미 정상회담을 잘 기억하고 있다. 부시대통령의 대북강경입장을 설득하려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노력은 오히려 역효과만을 내고 말았다. 이미 간접적으로 우리정부의 전쟁불가 입장을 전달한 만큼 또한 미국의 태도 변화없이 북핵문제의 해결이 어렵다고 한다면, 지금은 한·미간의 불신을 푸는데 주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번 방미의 핵심은 한미동맹의 확고한 의지를 대내외에 알리고 북핵문제에 있어 한미공조의 중요성을 천명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노 대통령의 대미노선에 대한 국내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미국 온건파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또한 북한의 오판 또한 막을 수 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노 대통령은 협상이나 설득이 아닌 신뢰와 친밀을 마음에 두고 부시대통령과의 회담에 임해야 한다. 즉 양 정상간의 개인적 신뢰구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후보시절 ‘사진찍으러 미국에 가지는 않겠다’ 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진찍으러 가는 기분으로 미국에 가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