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현장에서의 인연
김영웅 KOTRA 인천무역관장
 인생사와 마찬가지로 우리 수출현장에서도 소위 ‘운대가 맞아야한다’는 말을 많이 쓰고 있다.
이는 바이어와 수출 상대국, 그리고 우리 수출기업과의 사이에 서로 인연이 있어야 수출이 성사된다는 말인데 바이어로부터 인콰이어리 100통을 받을 경우 평균 1-2통만이 거래 성약으로 이어져 1-2%의 성공 확율에 그치는 수출의 어려움을 빗댄 말이라 해석된다.
 특히, 시장개척단이 해외 수출시장을 방문하여 상담하는 경우 현지 진출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던 품목이 바이어와 상담을 시작한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웃으면서 악수하고 사진까지 찍으면서 주문을 약속받았을때는 정말 인연은 따로 있구나, 아마도 중매쟁이가 중매를 성사시키고 느끼는 희열이 이런 것이겠지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정반대의 경우로 자신 있게 많은 바이어와 상담을 주선 해놓았는데 수출 주문에 실패한 경우의 안타까운 마음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필자는 지난 3월 13일부터 약 11일간 인천시가 주관한 시장개척단을 이끌고 체코, 크로아티아,헝가리등 중동부 유럽 3개국 방문 상담을 마치고 돌아왔다.인천시 시장개척단에 참가한 10개 기업은 방문 국마다 현지에 파견되어 있는 KOTRA 무역관이 주선한 약 7-80여 명의 현지 바이어들과 상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는데 이렇게 상대국을 방문, 상담할 때마다 새삼 느끼는 것이 바로 인연의 필연성 즉, 우리 수출기업과 해외 바이어 사이에도 인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방문국인 체코는 국가 경제규모나 수출입 규모에 있어서 크로아티아나 헝가리 보다 큰 시장임에도 우리나라와는 상대적으로 인연이 깊지 않은 듯 했다. 전체 수입액은 많은데 우리가 수출할 품목이 제한적이고 우리 상품도 현지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이다.
 반면에 크로아티아는 옛 유고 연방시절의 규모에는 크게 못미치고 연간 수입 규모도 적지만 오히려 우리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가 좋고 곳곳에서 한국상품을 볼 수 있었으며 거리에서도 한국산 자동차가 질주하고 있었다. 이는 우리가 팔 수 있는 물건이 많은, 소위 한국과 인연이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 방문지인 헝가리는 최근 10년간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거듭해왔고 2004년에는 EU가입이 확정된 상태라 인근 동유럽 국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데 이에 더하여 지정학적으로 헝가리가 유럽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하여 유럽의 물류 중심지로 거듭나겠다는 자세와 노력이 대단해 보였다.
 특히, 한국의 대표적 기업인 S전자의 유럽본부가 위치하고 있고 미국 투자가들이 중,동부 유럽 국가중 가장 좋은 투자 대상국으로 헝가리를 꼽고 있을 정도인데 그래서인지 거리에는 활기를 느낄 수 있었으며 바이어들도 매우 적극적으로 상담에 임하였다.
 이러한 국가간 인연에 더해 우리 시장개척단 참가 기업과 바이어들과의 인연을 보면 1개 수입상과 상담을 해도 찰떡 궁합같이 금방 주문을 받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10명을 만나 상담하여도 구체적인 결과가 도출되지 않아 안타깝게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대내외 무역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해외 수출시장 개척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인천의 지정학적 특성과 생산품목의 전문성을 살려 단기간 내에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해외수출시장 개발과 수출마케팅을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국가간, 개인간 인연을 그냥 운으로 돌리기 앞서 사전에 충분한 수출시장 조사와 제품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바이어와의 성공적인 인연을 준비하면서 한편으로는 전세계 틈새 수출시장을 발견하고 개척하는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