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말나리, 섬초롱, 노랑어리연, 수수꽃다리….
 생소하다. 그렇지만 참 어여쁘다. 다름 아닌 인천의 산과 들에서 파릇파릇한 잎새를 내고 울긋불긋한 꽃잎을 피워내는 식물들의 이름이다.
 어린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한 어른들도 생태계 동식물의 이름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환경사랑’은 그러나 들판에 피어나는 작은 풀 한포기, 물 위에 떠다니는 손톱만한 곤충 한마리의 이름을 아는데서 시작할 수 있다. 이름을 아는 것은 관심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을 테니까. 
 시인 김춘수도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너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노래하지 않았던가.
 인천에서 생태계가 살아 숨쉬는 곳은 ‘인천대공원’과 ‘월미공원’이다.
 이 공원들의 주인은 인천시민이 아니다. 그 곳에서 사는 동·식물이 진짜 주인이다.  
 지금까지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이곳을 산책했다면 이제부터 그 곳에서 살고 있는 동·식물과 친구로 지내는 것은 어떨까. 어떻게 하면 친구가 될 수 있냐고?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아껴주면 된다.
 ‘인천대공원을 사랑하는 생태지킴이’와 ‘월미산지기’는 사람과 동·식물간 인연을 맺어주는 ‘중매쟁이’다.
 ‘월미지킴이’는 토요일 오후, ‘인천대공원….’은 월·수·토요일 각각 월미공원과 인천대공원을 찾는 사람들과 함께 공원을 돌면서 동·식물의 이름을 자상하게 가르쳐 준다.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어떤 성질을 가졌는지도 공부할 수 있다.
 그들과 함께 공원을 한바퀴 돌고 나면 생태계 친구들이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운지 알 수 있다. 생태지킴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생태계 여행을 떠나보자.
 #인천대공원을 사랑하는 생태지킴이(대표·안향숙)
 지난 22일 오전11시 인천대공원 자전거광장 옆 생태원. 차분하게 내리는 눈을 맞으며 6∼7명의 사람들이 수명이 다해 잘라 놓은 나무주위에 모여있다. 그들은 나무껍질에 먹물을 붓더니 화선지로 그것을 찍어낸다. 인천대공원지킴이 회원들은 이날 나무껍질의 모양을 알기 위해 수피작업을 하고 있었다.
 지금같은 겨울철엔 생태안내는 하지않고 회원들끼리 모여 공부를 한다.
 “강화가 고향인데 풀과 나무를 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져요.” 이계화씨(42)는 자연이 좋아 회원이 됐다고 말한다.
 “평소 나무와 숲이 좋았는데 숲에 사는 동·식물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알게 됐어요.” 김귀옥씨(45)는 회원이 된 이후 생태계 박사가 돼가고 있다.
 “집에서 장수풍뎅이, 달팽이를 키우고 있거든요.” 애완동물로 곤충을 키우는 송미선씨(37)도 지난해 생태학교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고 단번에 회원이 됐다. 이렇게 가입해 현재 활동하는 회원은 모두 16명이다.
 ‘인천대공원을 사랑하는 생태지킴이’들은 오는4월∼11월까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달에 한번 생태기행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회원들이 강사가 되어 한차례에 6팀(1팀 15명, 부모는 별도 기행)을 교육시킨다. 코스는 자연생태원·생태탐방로·자생식물원을 한차례 둘러보는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월·수요일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자연생태원 해설시간을 마련했다.
 인천대공원엔 층층나무 등 22과 47종의 목본류와 물억새·도루박이 등 66과 239종의 초본류, 쇠물닭·오색따다굴 등 23과 36종의 조류가 서식한다. 또 여치·나비잠자리·먹줄왕잠자리 등 51과 132종의 곤충류, 맹꽁이·유혈목이 등 양서·파충류, 호랑거미 등 162종의 거미류도 만날 수 있다. 생태기행문의 ☎017-275-3612, 016-385-3980. cafe.daum.net/ecopeople
 #월미산지기(반장·박병화)
 ‘월미산지기’는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있었던 ‘녹지생태학교’ 교육을 받은 정예요원들이다. 직장인, 교사, 자영업자, 주부 등 12명의 회원들은 오는 3월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 생태기행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13일 월미공원 개방1주년을 기념하는 황조롱이대회때 처음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연안내 활동을 벌였으며 올부터 본격적인 교육활동을 시작하는 것.
 요즘에는 오는3월 본격적인 시민대상 생태교육을 대비해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모여 서너시간씩 월미산을 돌며 모니터링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민들은 공원에 와서 뭘 봐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꼼꼼히 살펴보면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연히 길러집니다.”
 박병화 반장(49)은 “옛날 아이들은 자연과 벗할 기회가 많아 웬만한 풀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 아이들은 도시에서만 자라 동식물의 이름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월미산지기’들은 이와 함께 정기적인 야외탐방과 강사초빙교육을 통해 회원들간 재교육도 활발히 진행한다. 앞으로는 월미도 생태계 변화와 회원들 소식을 알리는 ‘월미소식지’도 발행할 예정이다.
 월미공원엔 은행나무·며느리배꼽을 비롯한 100여종의 식생과 천연기념물 323호인 황조롱이 등 11과 16종 260여 개체가 서식한다. 양서·파충류는 5과6종이 관찰된다. 생태기행문의 ☎(032)765-4131, 016-301-1520. cafe.daum.net/wolmizikim <글·사진=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