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책꽂이>
 
 책제목: 화
 저 자: 틱낫한 / 최수민 옮김
 출판사: 명진 출판
 
 사람의 마음에는 화를 지니고 있다. 화가 나서 격한 감정과 마주해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빠르고 복잡한 생활패턴과 넘치게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느긋함과 여유를 누리며 살기에는 현실이 너무 각박하다. 반복되는 일상일지라도 정확하고 분명하게 대처해야만 초고속 경쟁사회에서 원만큼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들이 현대인들이 지니고 있는 화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데, 저자는 음식을 통해서도 화를 먹을 수 있다고 말한다. 사육당하는 가축은 온갖 항생제와 성장 촉진제에 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생산성만을 강조한 우리속에 갇혀 울분이 골수까지 스미게 되는데, 이 고기를 먹으면 인간에게도 그 화가 미친다고 한다.
 저자 틱낫한은 이 책에서 마음의 참 평화를 얻는 지혜를 제시한다. 인간의 내면 에 잠재돤 화의 덩어리를 세밀하게 관찰하여 섬세한 터치로 그려내어 마음에 와 닿는다. 그는 신분이 승려이지만 종교적 신비주의는 배제되어있다.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저자는 화(anger)를 살아 있는 생명체로 규정하고 있다. 화를 아기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 아기를 품에 안고 어르며 달래는 어머니의 에너지로 화를 보듬어서 화의 에너지를 다른 에너지로 전이될 수 있도록 컨트롤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호흡과 미소와 보행 명상을 의식적으로 실천하는 것을 몸에 익히면 화와 직면해도 5분이나 10분안에 마음이 평온해질 수 있으며 화가 연민의 정으로 바뀐다고 한다.
 그럼 나의 모습은 어떠할까?. 왠만해선 밖으로 화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 평소의 내 마음이지만 그러나 종종 화에게 점령당하곤 한다. 마음과 달리 쉽고 빠르게 감정의 흐름을 조절하지 못할 때가 많다. 내 마음속에 스트레스를 남겨두지 않겠노라는 명분아래 오히려 실제감정보다 더욱 과장되게 표현하며 이야기 할 때도 있다. 독을 뿜어내느라 내 자신이 망가지고 있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매 순간 현실속의 나를 더욱 솔직하게 볼 수 있는 자각의 눈을 되찾아야함을 이 책을 읽으며 수 없이 반성했다. 그러나 자각은, 생각만으로는 쉽게 되지가 않는다. 쉬임없는 심신의 수련이 있을 때에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화는 생물학적인 생존의 조건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화를 다스릴때마다 일상에서 잃어버린 작은 행복들을 주우며 나의 환한 노년의 얼굴을 그려본다.
 우리의 마음은 밭이며, 그 밭에 있는 긍정과 부정의 씨앗 중에 어떤 씨앗에 물을주어 꽃을 피울지는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고 설파한 틱낫한스님의 말씀을 먼저 나의 마음밭에 심고 싶다. (김옥순·굴포문학 회원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