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수사항' 미소지 떈 처벌 엄포
잔류 필요한 농기계 철수 강요
영농인 “부대장 바뀔 때마다
말도 안 되는 규정 꺼내 괴롭혀”
군 “애로사항 수용 방안 찾을 것”
“군인이 나라를 지키는 게 아니라 농민을 괴롭히고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군부대의 과도한 민통선 출입 통제에 파주시 탄현면 농민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최근 들어 갑자기 군이 출입 절차를 까다롭게 하면서 출입 영농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농사의 특성상 작업 후 농기계를 농경지에 두고 다음 날 다시 작업하는 일이 빈번하지만 이마저도 농기계를 민통선에서 철수시키라고 군이 강요하고 있다.
18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자유로 북단 민통선을 출입하기 위해서는 군에서 발급한 스마트 출입증을 휴대한 뒤 군 초소의 통제를 따르면 민통선으로 출입이 가능하다.
때가 때인지라 농번기인 요즘 농민들은 논 갈기, 써레질, 모판흙 담기 등을 위해 민통선 출입이 잦아지고 있다.
그러나 민통선을 통제하고 있는 9사단이 농민들의 출입 절차를 과거보다 더욱 까다로운 조건을 지키라며 농민들을 압박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군은 그동안 농민들이 출입하면서 지키는 스마트 출입증 외에 별도로 녹색 종이에 코팅된 '민통선 출입 준수사항' 카드를 만들어 민통선 출입차들은 반드시 휴대하라고 지시하고 어기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주민들은 군부대가 차량뿐만 아니라 경운기, 트랙터, 농기계뿐만 아니라 오토바이와 자전거까지 모든 출입자에게 녹색 카드를 휴대하게 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영농인 A씨는 “군부대가 부대장이 바뀔 때마다 말도 안 되는 규정을 꺼내 들며 농민들을 괴롭히고 있다”면서 “농민은 군이 지켜줘야 하는 대상이지 괴롭혀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또 “군에서 민통선에 농기계를 잔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북한군이 모르게 넘어와 농기계를 탈취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며 “그렇다면 북한군이 넘어와 농기계를 탈취할 때까지 넋 놓고 있겠다는 거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과거의 출입 절차가 농민들의 편의를 위해 규정을 완화해 통제한 것을 규정에 맞게 하는 것”이라면서 “좀 더 농민들의 애로사항을 수용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파주=김은섭 기자 kime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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